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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17] 리더는 지친 모습 보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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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마음이 지친 번아웃 상태의 구성원을 잘 위로해줄 수 있을까”란 리더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위로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선 답한다. 말 이전에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달변에 우리 마음이 꼭 위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자기 소통 능력을 과신하고 자신감에 차 위로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저항감이 생기고 마음이 지치는 경험도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주저하며 침묵 속에서 공감의 눈빛을 보이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번아웃인데 타인을 위로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가 지치게 되면 ‘껍데기 멘토링(Marginal Mentoring)’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번아웃은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이고 마음이 지치면 부정적인 감정이 증가한다. 동시에 공감 능력도 저하된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멘토링하려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통 기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선 무표정이나 억지 미소 속에서 무관심의 느낌을 상대방에게 주는 껍데기 멘토링이 나오기 쉽다.

좋은 멘토링을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과 함께 내 마음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적절한 단어를 찾아 소통을 해야 한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워크숍을 갖는데, 최선을 다해 공감 소통하려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엉뚱한 단어가 툭 튀어나와 오히려 분위기를 망쳤다는 리더의 고민을 접한다.

‘전투가 치열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란 오랜 명언에 리더십 측면에서 깊은 존경이 느껴진다. 하지만 본받아야 할 가치와 실제 행동 적용에 있어서는 효율적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리더는 자신이 지친 것을 보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리더는 약해서는 안 된다’는 평판에 대한 이슈도 있고 ‘구성원들도 힘든데 내 힘든 마음까지 전달해 부담 주기 싫다’는 배려의 마음도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더 외롭고 지치기도 쉽다.

잘 멘토링하려면 잘 쉬어야 한다. 주말도, 휴가도 없이 일하는 리더가 강하고 헌신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결국 번아웃이 찾아와 조직과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보게 된다. 구성원도 리더 눈치를 보며 쉼을 갖지 못하기 쉽다. 지금 휴가나 보낼 때인가 하는 조직 문화는 모두에게 좋지 않다.

그리고 리더가 지쳤다면 만남을 잠시 미루거나 자신의 번아웃 상태를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을 권한다. 불평 조로 ‘너 때문에 내가 지쳤다’란 메시지는 옳지 않지만, 리더가 자신이 지쳤음을 솔직히 오픈하는 것은 리더십에서 중요한 ‘자기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고 구성원도 자기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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