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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경찰국장, 경찰특채  의혹 소상히 해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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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순호 경찰국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경찰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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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의 초대 국장인 김순호 치안감의 경찰 입직 경위가 논란이다. 운동권 출신인 김 국장은 1989년 경장으로 특별 채용됐는데, 자신이 몸담았던 단체가 그해 이적단체로 지목돼 경찰에 의해 와해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프락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에 따르면 성균관대 81학번인 김 국장은 학생운동을 하다가 1983년 군에 강제징집됐다. 제대 후 노동현장에 취업해 노조 결성 활동을 했고 1988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 가입했다. 경찰은 이듬해 2월부터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인노회 회원 15명을 구속했다. 노태우 정부 들어 처음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사건이었다. 김 국장은 그즈음 종적을 감췄다가 그해 8월 특채됐다. '대공 공작 업무와 관련 있는 자'를 특채 사유로 정한 당시 경찰공무원임용령이 근거였다.

김 국장이 인노회를 떠났다가 경찰에 채용될 때까지 몇 달간 행적이 의혹의 핵심이다. 당시 동료들은 김 국장이 경찰에 밀고해 수사를 도운 대가로 특채됐다고 의심한다. 김 국장이 5공 보안사령부의 '녹화사업'(운동권 사상전향 공작) 대상으로 징집된 점, 경찰 임용 시 의무 과정인 신임 교육을 받지 않은 점도 해명을 요한다.

인노회 사건은 당시에도 공안정국 몰이로 의심받았고, 고초를 겪었던 회원 대다수가 이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구속자 가운데 최동씨가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이듬해 분신 자살한 일은 인권 수사 필요성에 경종을 울렸다. 혹여 이런 비극적 사건을 취직과 출세의 발판으로 삼았다면, 아무리 시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떳떳하지 않다.

김 국장은 "소설 같은 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인노회 사건의 경우 고향으로 피신했다가 주사파 운동권에 회의를 느껴 그해 7월에야 경찰에 자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김 국장은 물론 경찰, 행안부 모두 자세한 공식 해명이 필요하다. 경찰국이 정부의 '경찰 통제' 컨트롤타워로 의심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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