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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원사이드' 경선에 김빠진 세대교체론…97 단일화 셈법도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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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명' 흐름 속 반전요인 '희미'…낮은 투표율에 흥행부진 우려도

단일화 시각차…박용진 "이변의 기폭제" vs 강훈식 "본질 아냐"

"반전카드 절실" vs "실효성 있나"…당내 단일화 성사 관측도 갈려

(서울·인천=연합뉴스) 정수연 박형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의 독주 체제로 치러지면서,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에는 김이 빠지는 모습이다.

예비경선까지만 해도 일각에서는 이번 전대에서 97그룹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막상 본경선에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흐름이 굳어지며 세대교체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97 주자들이 세대교체론 불씨를 살리기 위해 단일화를 선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단일화 후에도 승산이 많지 않다"며 판을 흔들 반전카드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
(인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당 대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2022.8.7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 김빠진 세대교체론…1주만에 전대 흥행 '비상'

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제주에서 70.48%, 인천에서 75.4% 에 달하는 권리당원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했다.

전날 강원·대구·경북에서 74.8% 득표한 것에 이어 이날에도 독주하며 누적 득표율은 74.15%를 나타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 투표나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히면서 '젊은 피'를 내세워 출마한 97 주자들의 세대교체론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2위 박용진 후보는 이날까지 누계 득표율에서 이 후보에게 53.27%포인트나 뒤진 20.88%를 기록하고 있고, 3위 강훈식 후보는 누계 4.98% 득표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어대명' 기류 속에 투표율도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율은 경북(57.81%), 대구(59.21%)를 제외하고 강원(36.43%), 제주(28.62%), 인천(41.26%)에서는 50%를 밑돌았다.

흥행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 2021년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42.74%)보다 더 저조한 수치를 기록할 수도 있는 셈이다.

97 주자들의 추격이 확인되면서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지 않는 이상 전대 흥행몰이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
(인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윤영찬·고영인·고민정·박찬대 최고위원 후보, 이재명·박용진·강훈식 당대표 후보, 장경태·서영교·송갑석 최고위원 후보. 2022.8.7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 복잡해진 단일화 방정식…"반전카드 절실" vs "실효성 있나"

97 주자들의 단일화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누적 득표율 기준으로 2위 박 후보(20.88%)와 3위 강 후보(4.98%)의 차이가 15.9%포인트라는 점에서, 박 후보가 강 후보를 향해 강한 단일화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세대교체론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인지도도 박 후보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계속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강 후보 입장에서는 경선 완주가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에 다음 주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97 주자들이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97세대 출마 자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항하는 흐름에서 나왔던 만큼 두 사람이 금주 중에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 "그만큼 반전 카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설령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투표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라면 그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단일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2·3위 표를 합쳐도 1위 후보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단일화의 파괴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후보들로서는 고민이 될 수 있다.

어차피 당선자를 바꾸기 어렵다면 굳이 단일화를 하기보다는 완주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2·3위 후보들의 단일화는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면서 "전대 레이스를 계속 뛰자니 1위와의 격차로 인해 힘이 빠지고 단일화를 하자니 실효성이 없는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강 후보 간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차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제주·인천 경선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당원과 국민 사이에 전당대회에서 이변을 만들어달라는 간절함이 유증기처럼 가득하다. 그 기폭제 중 하나가 단일화라고 생각한다"며 강 후보를 압박했다.

반면 강 후보는 "단일화가 본질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더 득표를 해야 가능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전대에서 내세우고 있는 두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일화의 명분 역시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 순회경선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를 살펴봐도 박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셀프공천' 논란을 짚는 등 선명성을 강조하는 반면, 강 후보는 세대교체론의 일환으로 '젊은 수권정당'을 내세우는 등 결이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이 후보에 맞서기 위한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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