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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남부럽잖은 사모님에서 파프리카 농부로 변신…‘가야산 여신’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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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경남 합천을 눈여겨보자. 정성스럽게 키운 파프리카로 직접 건강식을 만들어 먹고 가야산 자락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기는 복합 문화 농장이 합천군 야로면에 있다. 경남관광재단이 온 가족이 만족할 가족여행지로 꼽은 별빛농장을 직접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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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야로면에 위치한 별빛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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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농장은 합천 읍내에서 한참 떨어진, 해인사 가는 길목에 있다. 가야산 능선이 펼쳐지는 해발 400m에 위치한 별빛농장은 마을 몇 개를 지나치고서도 한참 산길을 따라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꼬불꼬불 길이 끝나고 드디어 너른 평지가 보인다. 먼저 맞아주는 건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리온실이었다. 별빛농장은 농작물 재배부터 생산·판매, 농촌체험과 팜핑, 캠핑까지 체험할 수 있는 6차 산업 복합 농장이다. 주 농작물은 파프리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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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농장은 농작물 재배, 농촌체험과 팜핑, 캠핑까지 체험할 수 있는 6차 산업 복합 농장이다.


별빛농장은 이현주(57) 대표가 10명 정도의 직원과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남편을 도와 농사용 자재를 생산하고 시공하는 회사를 운영하던 이현주 대표가 본격적으로 별빛농장을 시작한 건 2014년 일이다. 2010년 위에 종양이 발견돼 위 절제술을 하고 모든 일에서 손을 뗐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여행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건강을 되찾고 여유가 생긴 그가 택한 건 농업이었다. 고향 땅에서 농업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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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대표는 10여 명 직원과 함께 별빛농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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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스로 ‘가야산 여신’이라고 불러요. ‘가야산 자락에서 여유롭게 신바람 나게’를 줄인 말이에요.” 이현주 대표가 유쾌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별빛농장 규모는 임야를 포함해 약 5만 평이다. 파프리카 농사는 8500평 규모로 짓고 있다. 1년 매출은 약 15억 원. 파프리카, 각종 가공식품 판매와 더불어 체험, 캠핑장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직원은 한국인 3명과 외국인 직원이 6~8명 일한다. 별빛농장의 파프리카는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에서 재배된다. 파프리카를 택한 이유는 시설 대비 손익 구조가 다른 작물에 비해서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재배 매뉴얼도 체계적으로 구축된 편이고 컨설팅 전문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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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농장의 주요 농작물 파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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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를 따라 들어간 스마트팜 유리온실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진주 기술원에서 개발한 미니파프리카와 일반 파프리카를 생산 중이다. 가로 160m, 세로 130m, 높이 7m 규모 유리온실을 포함해 별빛농장 투자에 들어간 비용은 총 120억원. 처음엔 농사만 지을 생각이었다. 캠핑장을 열게 된 건 농장 단골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가야산이 펼쳐지는 산자락에 텐트치고 하루 묵어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 대표는 아예 캠핑 사이트를 만들었다. 현재 120개 캠핑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조카 손녀가 왔는데, 물놀이장 없냐고 해서 수영장 만들고 방방이장(트램펄린) 만들어 달라고 해서 바로 설치했어요.”

별빛농장에서는 등산, 황토 둘레길, 요가, 걷기, 숲속 명상, 캠핑 등을 접목한 1박 2일 자연미행 여행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현주 대표가 각별히 신경 쓰는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시설원예, 창업아카데미, 초보 농부들을 위한 각종 작물 재배교육과 작목별 재배 전문가 양성 청소년 직업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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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대표가 진행하는 쿠킹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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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진행하는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쿠킹클래스는 파프리카 피자 만들기, 청란버거 만들기, 키토파샐 만들기 체험으로 최대 4인 가족 기준으로 재료가 준비된다. 요리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60분 정도. 비용은 가족 당 2만원이다.

이날 만든 건 키토파샐과 파프리카 돼지고기 샐러드다. 키토파샐은 키토 파프리카 샐러드의 줄임말이다. 키토제닉은 지방 섭취를 늘리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을 말한다. 키토파샐은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2020년 12월에 온라인을 통해 파프리카 요리대회를 열었는데, 그때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개발한 메뉴다. 재료는 미니파프리카, 김밥용 김, 슬라이스 치즈, 바질 혹은 로메인 상추, 슬라이스 햄, 사과, 비트 피클, 고추냉이 마요네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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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파샐(왼쪽)과 파프리카 돼지고기 샐러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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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길쭉한 모양의 미니파프리카 꼭지 부분을 제거하고 속을 파낸다. 김밥용 김을 반으로 자르고 그 위에 치즈 한 장, 바질 두 장 혹은 로메인 상추를 올린다. 슬라이스 햄과 채 썬 사과, 비트 피클 등 채소를 넣은 다음 고추냉이 마요네즈를 뿌리고 김밥 말 듯 말아준다. 잘 말린 채소 모둠을 미니파프리카 안에 넣어준 다음 김밥처럼 얇게 썰어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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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재배한 파프리카를 가지고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는 이현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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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파프리카 돼지고기 샐러드다. 파프리카, 묵은지, 바질, 보쌈용 고기, 쌈장 등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고기를 무수분 방식으로 삶아내는 것이다. 물 대신 파프리카, 양파를 깔고 고기를 삶는다. 허브 솔트와 파프리카 가루로 간을 한 다음 15~20분 센 불에 삶는다. 넓적하게 자른 파프리카를 맨 아래 깔고 묵은지와 바질을 쌓은 다음 고기를 올리고 쌈장으로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무수분 보쌈고기는 부드럽고 싱싱한 파프리카는 아삭하게 씹혔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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