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45)씨는 지난해까지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해 운영해오던 편의점 문을 닫고, 지난 2월부터 키오스크만 둔 무인점포를 창업했다. 이씨는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고 해도 인건비가 너무 올라 차라리 무인점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따로 사람 구할 필요 없이 가족들끼리만으로 운영이 가능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인건비 증가로 인해 무인계산대(키오스크)가 일상 곳곳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키오스크가 더 "편리하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무인·유인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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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간섭 불편하고 빠르게 결제 가능”
키오스크가 가장 편한 사람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다. 전화 통화조차 꺼리는 이들은 직원 대면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대면으로 원하는 것을 능숙하게 주문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대학생 김유진(22)씨는 “직원이 ‘무엇이 필요하냐’며 과도하게 친절한 말투로 말을 거는 것도 불편하고, 말을 걸지 않더라도 직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무인 매장은 유인매장보다 더 마음 편하게 물건을 볼 수 있고, 키오스크에서 빠르게 결제하고 나갈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를 반기는 자영업자도 느는 추세다. 고양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38)씨는 지난 5월 키오스크 1대를 들여놨다. 월 8만원을 내는 렌털 방식이다. 강씨는 “재료비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고장이 나더라도 키오스크를 쓰는 게 낫다”며 “젊은 손님들은 키오스크에, 나이든 손님들은 직원한테 가니 식당 이용이 불편하다는 불평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키오스크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요식업과 생활편의시설 등 민간 분야 키오스크는 지난 2019년 8587대에서 지난해 2만 6574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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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접근성은 크게 떨어져
시각장애인이 직원의 도움으로 음식을 받아드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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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추세 속에서도 키오스크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한다는 비판은 이어진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물론 장애인에게도 차별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지난달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만 있는 서울 시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내돈내산권리찾기 캠페인’을 벌였다. 시각장애인들은 키오스크 화면을 볼 수 없는 데다 음성 안내 메시지나 점자 안내문도 없어 사용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 장벽과 같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키오스크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셀프계산대 확대 이후 계산원 인력이 감축됐다”며 전국에서 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 마트 근로자는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면서 ‘왜 손님한테 일을 시키냐’는 중장년층 고객의 불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관점에서 셀프 계산대를 늘려왔다”며 “인력 감소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 때문이며, 인위적으로 인원을 감축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개발한 키오스크 교육용 앱 '서초톡톡C'의 화면. 앱에서 음성 안내로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고, 실제 주문처럼 연습할 수 있다. 서초톡톡C 앱 캡처. |
전문가들은 키오스크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용자 교육과 동시에 가장 취약한 이용자들에 맞춰 이용자 친화적인 기기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음성인식 키오스크와 같이 접근성을 높인 기기를 표준화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키오스크 등 무인화 움직임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의 실업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정부가 나서서 재교육 등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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