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원유 증산 폭을 크게 줄였으나 미국의 원유 재고가 늘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6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휘발유 가격도 수요 감소로 인해 50일 연속 하락, 갤런당 4달러에 근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76달러(4%) 하락한 배럴당 90.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보다 3.7% 하락한 배럴당 96.7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 모두 6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7~8월 증산량인 하루 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해 증산 속도를 거의 제동 수준으로 늦춘 것이다. 10만배럴은 하루 세계 원유 수요의 약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 유가는 예상 밖의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하락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6만7000배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원유 재고가 60만배럴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되레 증가한 것이다. 휘발유 재고도 16만3000배럴 증가해 예상(160만배럴 감소)이 빗나갔다. EIA는 "미국의 원유 재고는 수출이 감소하고 정유 업체가 가동률을 낮추면서 예기치 않게 증가했으며, 휘발유 재고도 수요가 둔화하면서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휘발유 가격도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7주 연속 내림세다. 유가정보업체 OPIS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16달러로 50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6월 14일 최고가(갤런당 5.02달러) 대비 17%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었다고 전했다. 기름값 급등의 영향으로 미국인들이 차량 운전을 기피하게 된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하락했고 지금이 여름 휴가 성수기임에도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7.1% 줄었다"며 "수요 전망이 모두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유통업체 가스버디의 휘발유 분석가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지난 6월 정점을 찍었다며 "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면 휘발유 평균 가격이 한두 주 뒤에는 갤런당 평균 4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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