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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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공업체들이 이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유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우유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정책을 두고 정부와 낙농가 간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편의점서 인기 가공유 10% 인상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과 연세우유, 서울F&B 등 중소 유가공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연세우유 '마카다미아 초코우유(500㎖)'와 푸르밀 '흑당밀크티(250㎖)' 가격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올랐다. 서울F&B '어몽어스우유(180㎖)' 가격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인상됐다.
이들 업체는 각종 원부자재 비용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원유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원유 기본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용 증감률을 토대로 협의를 거쳐 8월 1일 생산분부터 반영하기 때문이다.
푸르밀 흑당밀크티. [사진 출처 = 푸르밀 홈페이지] |
통상 원유 기본 가격 조정은 8월을 기점으로 이뤄지지만, 현재 새 원유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낙농가 간 갈등이 커지면서 지난달 28일 협의를 잠정 중단해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낮추는 제도다.
◆ '차등가격제' 두고 정부-낙농가 갈등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가격을 생산비 증감에 연동해 조정하는 방식이다. 낙농업계가 유가공업계에 납품하는 원유 가격은 용도 구분 없이 ℓ당 1100원이다. 유가공업계는 연간 220만t의 원유를 낙농업계로부터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차등 가격제가 적용되면 마시는 우유는 현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ℓ당 800원으로 가격을 내리게 된다. 유가공업계에는 정부가 ℓ당 2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실질적으로 ℓ당 600원에 원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원유 공급가격이 외국산보다 비싸 원유 수입량이 늘자 가공유 가격을 낮춰 국산 사용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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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낙농업계는 해당 제도의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일하게 생산한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다르게 책정한다면 농가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사료 가격도 치솟는 상황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낙농가들은 원유 납품 거부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낙농가, 5일간 유업체 규탄집회
낙농업계는 유업계까지 원유가격 협상에 나서지 않자 결국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낙농업계에 따르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유업체 규탄집회를 개최한다. 3일간은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남은 2일은 빙그레 도농공장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낙농가와 협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집회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지역 낙농가들이 원유가격 조정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유업체를 상대로 집회 등 강경대응을 협회 집행부와 도지회에 강하게 요구해 회장단회의에서 유업체 규탄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의사표명했으나 협상위원회 구성이 안돼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상생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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