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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펠로시 미 의장, 남중국해 우회해 대만행...중국의 군사적 위협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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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로 예정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우리의 입장과 태도는 명확하다며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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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을 방문하기 위해 남중국해를 우회하는 항로를 택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자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대만 삼립 신문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 C-40C 'SPAR19'편은 이날 오후 3시 42분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해 동쪽으로 비행하다가 저녁 7시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필리핀해 상공으로 향했다.

일부 매체는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탑승한 전용기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비행정보 구역을 거쳐, 괌 정보구역을 지나 일본 정보구역 쪽에서 대만 영공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혹시 모를 중국군의 간섭을 배제하고 안전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펠로시 의장의 전용기가 항로를 잡은 것으로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저녁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경찰은 펠로시 의장 등의 방문에 맞춰 2,000명 넘는 경력을 동원해 쑹산 공항과 숙소인 신이구 소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주변에 대한 특별 경계에 들어갔다고 매체는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에 따로 묵지 않고 호텔 한 층 전체를 빌려 대표단 일행과 함께 1박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앞두고 중국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만은 2일 군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이날 육·해·공 3군이 ‘전비정비(군사대비) 강화지도 기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도 기간은 2일 오전 8시부터 4일 자정까지다. 대만 공군은 펠로시 의장 일행의 안전한 방문을 위해 ‘공중안전회랑’도 개통했다.

이날 대만 총통실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공격 트래픽은 정상 대비 200배에 달했고, 이에 총통실 웹사이트가 20분간 마비됐다. 총통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핵심 인프라 작동을 안정화하고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반발하며 무력 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전투기 여러 대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 비행했다. 중국 샤먼항공은 이날 공지문에서 "푸젠 지역 유량 통제의 영향을 받아 샤먼항공은 2일 일부 항공편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유량 통제는 항공 안전을 위해 특정 시간대 동일 공역에 진입하는 항공기 수를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펠로시 의장 전용기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대비하는 정황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군은 남중국해와 가까운 보하이 등에서 동시다발 실탄 훈련에 나섰다. 칭란해사국은 2일 오전 0시부터 6일 정오까지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된다며 “훈련 기간 관련 해역에서의 선박 통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광둥해사국도 2일 오전 2시부터 3일 오후 5시까지 남중국해 레이저우 반도 서부 해역에서 대규모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달 25일 싱가포르를 출발해 현재 남중국해에 도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강습상륙함인 트리폴리함, 아메리카함이 일본 오키나와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군사 전문매체 미해군연구소(USNI) 뉴스가 보도했다.

앞서 CNN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국방부가 이 지역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으며 펠로시 의장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확보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은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의도적으로 행동을 취해 실제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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