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민관협의회 개최 등 국내적 노력 ▲한·일 양국의 외교적 협의 ▲기타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서 파생된 외교적 사안인 만큼, 행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 프로세스도 존중해달라는 ‘사법 자제’를 우회 요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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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공동이익·의견수렴’ 설명
대법원은 2018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자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는 법원에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르면 오는 8~9월 현금화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날 예정이다. 사진은 2018년 11월 대법원 승소 판결 후 기자회견을 하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법률 대리인단.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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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31일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과의 외교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설명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서 제출은 민사소송규칙(제134조의 2)에 근거한 절차다. 해당 법령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외교부는 현금화 조치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 민사의 영역이지만, 한·일 외교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법원 민사 2·3부는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상표권·특허권)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한 뒤 배상금으로 사용해달라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관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9월 현금화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날 예정인데, 대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가 불통 수준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에서 참석자 대다수가 현금화 조치를 통해서는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이유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현금화에 앞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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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현금화 결론이 나기 전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한·일은 현금화가 되면 안 된다는 데 대해 엄중한 인식을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 역시 “현금화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016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재판 거래 의혹으로 이어지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사진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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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그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사법부와의 소통을 의도적으로 자제해 왔다.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건수 등의 현황 자료를 요청하는 것마저 주저했다. 2016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와 관련 부정적 견해들을 주로 인용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이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진 데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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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됐던 2018년 의견서
검찰은 2018년 8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 외교부 국제법률국과 동북아국, 기획조정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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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당시 외교부가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의 요청에 따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시 검찰은 2018년 8월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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