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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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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외환거래] 은행 자금세탁 통로 우려에... 가상자산업 진출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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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업 허용 건의

외환 이상거래 악재에 규제 해소 미지수

글로벌 금융 트렌드는 가상자산 허용으로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 약 4조원 규모의 외환 이상거래 정황이 포착, 은행이 코인 투기세력의 자금세탁·시세차익 실현의 통로로 이용됐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의 가상자산업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 규제 해소를 추진하고 있고, 은행권은 그동안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이상거래가 악재가 됐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제재 정도에 가상자산 규제 체계 정비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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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7.28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2022-07-28 11:24:53/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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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부에 가상자산업 허용 요구했지만... 외환 이상거래 악재 터져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6~7월 두 달간 전 금융권을 상대로 규제혁신에 대한 수요조사를 할 때 은행의 가상자산업 허용(부수 업무 확대), 가상자산업계 투자 허용(출자 제한 완화)을 건의했다. 이 중 가상자산 업무 허용의 경우, 금융위가 우선해서 살펴보겠다고 한 36개 과제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와 가상자산 보관 전자지갑, 가상자산 수탁, 기업 대상 가상자산 거래 등 가상자산업종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은행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그동안 자산관리 서비스 혁신을 위해 가상자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면 특정 거래소가 독과점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고,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은행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요 은행에서 외환 이상거래 정황이 포착되면서 설득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까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환송금은 22개 업체,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 규모다. 거래의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자금 흐름이 시작됐다. 금감원은 그 이전의 자금흐름까지 살펴볼 수는 없지만, 해당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을 거쳐 중화권, 미국, 일본 법인으로 흘러갔다는 정황상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봤다. 현재 금감원은 국가정보원, 검찰,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44개 업체, 53억7000만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외환 이상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자금이) 가상자산거래소를 매개로 원화자산을 외화로 바꿔 유출됐다”며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해 어떤 시장교란성 성격이 강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금융기관의 책임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아직 금감원의 검사 결과와 제재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가상자산업 진출 등을 논의하는 금융규제 혁신회의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여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규제혁신 과제에 포함됐다고 해서 다 규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상자산의 경우 신산업이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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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규제 트렌드는 가상자산업 허용

그동안 가상자산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은 은행권에는 호재였다. 지난 5월에 발생한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대표적이다. 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실물자산과 연동된 코인이 아니라 루나와의 교환(차익 거래)을 통해 가격이 유지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두 코인의 가격이 90% 이상 동시 폭락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금융당국은 국내 루나 투자자가 28만명이고, 이들이 700억개 정도의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인당 최대 5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자 금융회사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가상자산 사업자도 이를 발행하려면 금융권 수준의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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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유지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시장 상황, 운영 리스크 등의 잠재적인 위험을 품고 있어, 금융기관같이 규제를 받는 곳에서 이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SOC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에 대해 예금보호를 제공하는 대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감독에 따른 자본, 유동성 규제를 따르게 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기관을 은행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트렌드 중 하나가 금융권에 가상자산 사업을 허용하면서 위험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 또한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원하는 국내 은행권에 긍정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독일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송금대행업체, 신탁사만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미국과 유럽의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규제를 참고해 가상자산기본법을 제정할 예정인 만큼, 금융권이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영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검증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비즈니스 진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금융당국에선 글로벌 동향을 참고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가상자산에 내재된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기업과의 협업, 블록체인 컨소시엄 참여 등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운영 경험을 쌓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주경제=정명섭 기자 jms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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