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행위 때 충격 커질 우려 속 남동부 반대 속출
"독일 위한 희생?" "전면반대" "의무화 웬말이냐"
러시아 가스프롬 가스관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때문에 유럽연합(EU)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제시한 천연가스 절약안을 두고 이견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를 아껴 쓰자는 제안은 20일(현지시간) 처음 나왔다.
러시아가 그간 공언한 대로 독일을 포함한 유럽행 가스관을 실제로 쥐락펴락하면서 에너지 무기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EU 집행위가 제시한 목표는 모든 회원국이 8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자발적으로 가스 수요를 15% 줄이자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난의 충격에서 유럽 경제를 집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기획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하면 일부 유럽국에 심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IMF는 공급 지체나 사재기 탓에 유럽 국가들끼리 가스를 나누지 못하면 경제적 충격과 관련해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으로 봤다.
EU 집행위는 러시아 가스 차단으로 11월 초 EU 비축이 65∼71%에 그쳐 목표인 80%를 밑돌 것으로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각국은 당장 자국의 겨울철 가스 비축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위기 체감도가 각각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가스 절약안은 일단 남부, 동부 유럽에서 격한 반발을 샀다.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국가는 주로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다.
반대 이유도 제각각이다.
우크라이나 이웃 국가로 전쟁터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이미 가스 비축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폴란드 기후 장관은 "폴란드는 또 다른 겨울을 치를 준비가 됐다"면서 "다가오는 겨울에 닥칠 일을 모르는 채 회원국에 의무적 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독일을 향한 싸늘한 시선도 포착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위기 당시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지원 호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독일이 인제 와서 고통 분담을 기대한다는 시각이다.
EU가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이 40%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도 독일은 55%를 독일에 의존 중이다.
스페인 부총리는 "우리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한다"고 반발했고, 포르투갈 에너지 장관도 가스 절약 제안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간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했던 게 이처럼 푸대접을 받게 된 배경으로도 꼽힌다.
다급해진 집행위는 26일 긴급회의에서 절충안을 제시해 회원국을 설득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내다봤다.
하지만 수많은 회원국이 자국 기업, 소비자 영향을 우려하며 회의적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어쩔 수 없이 러시아산 가스를 줄여야 하는 싸움에서 EU의 결속력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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