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에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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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공세를 퍼부었지만 지난 인사청문회와 종합정책질의 때처럼 한 장관의 '존재감'만 키워주는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자로서 기필코 "잡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검찰 인사 △이재명 수사 등에 대해 고성과 호통을 오가며 지적했지만 한 장관이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조목조목 다 맞받아쳤다.
25일 국회는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을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작부터 한 장관에게 포화를 집중했다. 우선 법률 제·개정이 아닌 시행령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장관은 "법령 끼워 넣기는 처음 본다"면서 "꼼수이자 법치농단"이라며 고성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한 장관은 "해당 부처가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왜 위임받았겠느냐"고 받아쳤다. 박 전 장관이 "대법관 후보자까지 검증하느냐"며 몰아붙였지만 한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검증할 부분이 없다"면서 야당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전 장관이 직접 근무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어떤 근거에서 검증했느냐"며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잘못이라면 민정수석실 인사 검증도 모두 위법"이라고 반격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박 전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황한 박 전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다시 겨눴다. 그는 "검찰총장이 2개월째 공석인데 전부 한 장관이 인사를 다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의원께서 장관이었을 때는 검찰총장을 패싱했다"며 "지금처럼 검찰 의견을 확실히 반영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재차 박 전 장관에게 '내로남불' 화살로 맞받아친 것이다.
박 전 장관은 과녁을 '이재명 수사'로 바꿨다. 경찰이 130회 이상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다. 한 장관은 "경찰 수사라 개입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사항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고 있진 않다"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전례를 지적한 셈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장관 답변에 두 차례 박수를 보냈다. 한 장관이 민주당에 역공을 펼칠 때마다 여당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본회의 중에는 대통령·외빈·교섭단체 대표 등이 연설을 실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례이자 21대 전반기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대정부질문 시작부터 정부·여당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자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이 제지한 것이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출석을 위해 국회로 입장하던 중 기자들을 만나 전임자인 박 전 장관을 야당의 대정부질의자로 마주하게 된 상황에 대해 "그분은 의원이니까 하실 일을 하시는 것이고, 저는 장관이니까 장관으로서 하겠다"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야당 의원들이 '한동훈 저격수'로 나섰다가 망신을 당하거나 민심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가 대표 사례다. 당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 유우성 씨의 심경이 어땠겠냐"고 계속 묻자 한 장관은 "개인 감상을 계속 물어보면 그것까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에 고 의원은 "장관이라면 부처에 있는 여러 공무원과 국민 마음까지도 읽어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나 국민은 "독심술이라도 하라는 것인지 황당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 장관의 존재감만 띄우는 일이 발생하자 이튿날에는 '한동훈 패싱'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성승훈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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