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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X’ 전성시대…가격은? 콜라보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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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를 살까? 아디다스X구찌를 살까? 전자를 택하면 10개를 구매해서 매일 다른 운동화를 신을 수 있고, 후자를 택하면 365일 하나만 신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은 현대 트렌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맥락이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시티라이프

아디다스x구찌(사진 아디다스온라인스토어 갈무리)


▶MZ의 욕망을 건드리는 컬래버레이션

브랜드와 브랜드 간의 수많은 협업이 범람하는 시대다. 최근 하우스 브랜드 중에서도 인기 있는 구찌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흔히 ‘브랜드 X 브랜드로 표기되는)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살짝 기대했다. 큰 기대가 아닌 아주 작은 기대감이었다. 그건 아디다스 가격으로 브랜드 구찌 로고가 섞인 옷과 신발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렘이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구찌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한층 더 세련된 아디다스가 되었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 기대감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헉’이라는 탄식이 무심코 새어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처절함.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에서 ‘가젤’이라는 스니커즈 제품은 약 12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구찌가 붙으니 112만 원이 되었다. 대략 가젤 10족을 살 수 있는 가격대로 껑충 뛰어오른 거다. 앞서 (가격적 측면에서) 기대는 했다고 했지만 과거의 사례들을 되짚어 볼 때 그건 소유 욕망이 표출해낸 일종의 희망이자 소망이었을 뿐이다. 하우스 브랜드 디올이 나이키의 베스트셀러 에어 조던 1과의 협업을 발표했을 때와 같은 그런 감정이랄까? 조던이 20만 원 전후 가격대로 발매되는 운동화라면, 디올 조던은 200만 원이 훌쩍 넘었었으니까. 또 다른 하우스 브랜드 프라다가 아디다스와의 협업 제품을 내놨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하우스 브랜드의 가격으로 책정되었다는 말이다.

입이 쩍 벌어지는 가격에도 이 같은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은 그 시기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굉장히 잘 팔린다. 많은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 지금 시점의 패션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견인하는 건 그 어떤 로컬 브랜드도 아닌 명품이라 불리는 하우스 브랜드들이다. MZ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에게 이제 하우스 브랜드 제품은 필수 혹은 욕망 아이템이 되었고, 또 다른 좋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나온 제품들은 눈높이에 잘 맞는 ‘유혹템’이 될 수밖에 없다. 명품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또는 스포츠 브랜드들과 지속적으로 협업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 역시 새로운 세대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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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x손흥민(사진 젠틀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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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전혀 교류할 것 같지 않은 하우스 브랜드들끼리의 협업도 일어나고 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가 서로의 아이덴티티를 주고 받은 협업이 있었고, 최근에는 펜디와 베르사체가 ‘펜다체’라는 타이틀 하에서 협업을 했다. 이제 주위를 한번 돌아보라. OOO과 XXX의 협업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제품들이 부유하고 있다. 꼭 패션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산업군에서 이 같은 합종연횡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협업의 홍수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체감하게 해주는 환경들이 조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꽤 오래 전부터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들은 스트리트 브랜드 네이버후드, 베이프, 슈프림 등과 종종 조우하여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왔다. 주로 일본 패션 산업 신에서 많이 발생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스트리트 브랜드들끼리의 협업도 꽤 많이 일어났었다. 일본 브랜드이자 고가 스트리트 브랜드로 유명한 마스터마인드와 스트리트 브랜드 네이버후드가 손을 잡는 등의 그런 협업이 성행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브랜드 간 협업은 (세계적으로) 꽤 오래된 관습이었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브랜드나 디자이너를 자신들의 크리에이터로 끌어들임으로써 시장에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적 행위를 지속해왔다.

이런 와중에 2017년에 이루어진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은 트렌드로서의 컬래버레이션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일대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전 세계가 알고, 탐내는 슈프림과 우아함과 력서리함을 제일 목적으로 하는 명품 브랜드의 협업이었기 때문이다. 샤넬 등으로 대표되는 오픈 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시기에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이 협업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바 있다. 며칠씩 매장 앞에서 진을 치는 진풍경도 발생했다. 슈프림으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브랜드는 럭셔리와 조우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더욱 더 높게 만들었고, 올드해지고 있던, 그로 인해 기본적으로 높은 연령대의 고객을 확보했던 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세대를 소비자로 영입하는 기회를 맞이했다. 그래서 이 협업은 아마도 굉장히 성공적인 협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무튼 그 이후부터 원래 성행하던 컬래버레이션은 가장 기본적인 트렌드가 되었고, 모든 브랜드는 협업 동반자를 찾기 위에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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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x발렌시아가(사진 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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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협업 구조 자체가 호기심 대상

한때 필자는 주변에서 ‘콜라보 마니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러한 협업 제품에 눈독을 많이 들였다. 물론 이런 소리를 듣던 시절에 협업 제품을 구입했던 목적은 명확했다. 예를 들어 스컬 로고를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 마스터마인드는 굉장히 비싼, 고가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요즘 그들의 반팔 티셔츠 하나를 구입하려 수십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만 한다. 자켓 하나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그런 브랜드가 만일 10만 원대 팬츠를 주로 판매하는 브랜드 그라미치와 협업해 제품을 내놓으면 그라미치보다는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스컬 로고가 삽입된 바지 한 벌을 소장할 수 있게 된다. 필자에게 브랜드 간의 협업이 매혹적이었던 건 쉽게 지갑을 열어 구매하지 못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조금은 더 저렴한 브랜드의 가격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이유로 한때는 협업 제품에 집중하여 아이템을 구매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컬래버레이션은 대부분 ‘이런 가격 형성’을 기준으로 진행되었다. 아디다스와 협업을 하면 기존 아디다스 가격에 맞추고, 나이키와 협업하면 나이키 가격대를 형성시키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나이키가 디자이너 제리 로렌조가 이끄는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 오브 갓과 협업했을 때 그 신발을 가지기 위해 많은 이들이 동분서주했다. 피어 오브 갓의 스니커즈는 저렴한 제품이 60만 원대를 호가한다. 하지만 나이키와 만나니 10~20만 원대로 저렴해진다. 오리지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이키 슈즈를 통해 소유할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이었다. 이런 사례들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어쩌면 나이키와 고인이 된 버질 아블로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의 협업이 아닐까 싶다. 오프화이트의 스니커즈는 굉장한 고가였지만 나이키와 컬래버레이션 된, 버질 아블로 특유의 필체가 돋보였던 운동화는 나이키 신발 가격이었다.

판매 가격의 메리트를 최우선 과제로 삼자면 유니클로와 기타 브랜드의 협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십수 년 전 유니클로는 디자이너 질 샌더와의 협업을 통해 ‘+J’라는 라인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명동 매장에 이 제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늘어선 줄을 여전히 기억한다. 2021년에도 이 협업이 다시 발매되었다. 또 최근 이들은 마르니라는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도 선보였다. 유니클로 오리지널 제품보다 불과 몇만 원 정도만 더 보태면 질 샌더의 디자인 정체성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을 소비자에게 안겨줘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일로 굉장한 주목을 받았던 것 중 하나는 럭셔리 워치 브랜드 오메가와 캐주얼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협업으로 선보인 문스와치가 아닐까 싶다.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이르는 가격을 가진 오메가 시계가 스와치와 협업해 30만 원대 시계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지금도 구하고 싶어 안달 난 소비자들로 가득한 상태다.

며칠 전 필자는 이스트팩이라는 브랜드의 백팩 하나를 샀다. 노트북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상항에서 숄더백이나 크로스백은 어깨에 무리가 가는 듯 하다는 핑계를 내심 지니고 또 지갑을 연 것이다. 최초 발매 당시부터 눈여겨보던 제품이 있었다. 앞서도 언급했던 (해골 문양 마니아로서) 마스터마인드와 이스트팩의 협업 제품이었다. 발매가는 20만 원 중후반대로 책정되어 있었다. 이스트팩으로서는 조금 비싼 가격이고, 마스터마인드 입장에서는 굉장히 싼 가격이다. 아무튼 그조차도 살짝 비싸다는 생각에 선뜻 구매를 하지 않았던 제품이었다. 최근 들어 이 브랜드의 협업이 소비자들에게 거의 50퍼센트 이상의 세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냉큼 구매했다. 온라인 커머스 가입 쿠폰까지 하니 약 8만 원대의 소비로 마무리된 셈이다. 내게 컬래버레이션의 이점은 바로 이런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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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질 샌더 제품(유니클로), 유니클로xJW앤더슨(사진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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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돈이 기준이 되는 것은 여전

요즘 아디다스는 주목할 만한 협업으로 다시금 도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구찌, 프라다처럼 발매가가 책정되면 그건 그냥 멋있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발렌시아가와 아디다스의 협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협업 제품이 덩달아 다 비싸진 건 아니다. 떠오르는 신예 디자이너 브랜드 웨일즈 보너, 스트리트의 아이콘인 디자이너 니고의 휴먼메이드 등과 협업한 제품들은 기존 컬래버레이션처럼 아디다스 가격대로 판매된다. 나이키도 물론 그렇다. 매년 브랜드는 함께 할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발표하는데 MZ세대가 주목하는 브랜드들이 대거 포진된다. 그들과의 협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되고 가격 역시 마찬가지로 판매된다.

여기서 이런 딜레마가 발생한다. 구찌와 아디다스, 나이키와 디올 등의 사례처럼 명품과 스포츠 브랜드가 협업을 했을 때 과연 선뜻 제품을 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것. 물론 나이키와 디올처럼 웃돈이 엄청 붙는 리셀 아이템이라면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200만 원짜리 신발을 사서 1000만 원으로 불릴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말이다. 아무튼 하우스 브랜드 소비에 관대한 소비자라면 ‘아, 꽤 신선한 협업이네’라며 기념품 가지듯 구매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그러니까 명품이라 일컬어지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하나 구입하는 데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어떻게 조금이나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는 없는가의 방법을 모색하는 소비자라면 과연 ‘이 협업 제품을 사야 할까’라는 의문이 발현되는 망설임도 무시할 수 없다. 옷장에 명품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라면 ‘완연하게 명품임을 인식시켜줄 수 있는’ 브랜드의 아이콘 제품을 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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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x스와치(사진 오메가), 닥터마틴x마크제이콥스(사진 닥터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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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브랜드의 가방 하나를 사는 데, 신발 하나를 들이는 데, 옷 한 벌을 구매하기 위해 일반적 소비자라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심적으로 수용 가능하던, 반발이 일어날 정도이던 간에 협업이라는 명목의 브랜드 간 교류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그래서 우리네 삶의 방식에서 결코 빠지지 않을 트렌드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필자가 일하는 매거진 편집부 앞으로 이런 저런 소식들이 많이 들어왔다. MZ에게 인기 있는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와 구강 제품 브랜드 라덴스의 협업, 로컬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 강한 인식을 주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 몬스터와 손흥민의 협업 등. 눈만 뜨면 아무개와 아무개의 컬래버레이션 뉴스가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언제나 강조하듯 이런 협업 모두가 절대적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시장에서 어떤 컬래버레이션은 처참할 정도로 외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대부분은 그 협업이 장안의 화제가 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서 출발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다양성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단지 ‘컬래버레이션의 정석’을 굳이 규정한다면, 지극히 주관적 견해이긴 하지만, 더 비싼 브랜드가 조금 더 저렴한 브랜드 쪽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아디다스와 구찌 협업으로 선보인 가젤 스니커즈가 비싸다고 투덜거렸지만, 진짜 마음에 든다면 살 사람은 산다. 내가 봐도 예쁘긴 하다. 가지고 싶기도 하다. 문제는 내 지갑이 그것을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가졌냐는 점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각 브랜드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9호 (22.07.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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