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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단독]문성현 "조선업 호불황 반복…이번 사태 키운건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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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위원장에 임명돼 문 정부와 운명을 같이하며 5년 동안 직무를 수행한 뒤 20일 퇴임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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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힘에 의한 쟁취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위원장이 20일 퇴임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했다. 퇴임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전화통화로 소회를 밝히면서다.

그는 1980년대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질 때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고, 이후 민주노총 금속연맹(금속노조의 전신)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했다.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임명돼 5년 내리 직무를 수행했다. 문재인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 인물인 셈이다.

그런 문 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을 두고 "내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말인 것 같다"며 격정 토로를 했다.

문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노사문제 이전에 조선산업 정책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문제로만 풀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지금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그런데 노조가 노사문제로만 본다"고 진단했다. 투쟁을 앞세운 힘을 통한 쟁취로 접근한다는 얘기다. 산업의 구조적 측면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경사노위 위원장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사태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와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참여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에 속한 사업장의 노조는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 조선산업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문 위원장은 "조선 산업이라는 게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다. 호황과 불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따져야 한다. 안 될 때는 노조가 자제도 하고, 잘 될 때는 사용자가 더 베풀고 하는 선순환을 조선산업 정책이란 측면에서 풀었다면…하는 아쉬움이 있다. 민주노총이 들어왔으면 그런 걸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과 그에 따른 노사분규는 민주노총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문 위원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선업종에선 호황과 수주절벽을 동반하는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그에 따라 인력도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선산업의 특성과 그에 따른 인력 사이클을 감안해 임금 등 근로조건과 고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없으니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제일 밑단의 하청업체 근로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는 "그런 면에서 파업농성을 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노조원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조선산업의 고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모든 인력을 원청이 직접 고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잘 될 때 불황을 대비한 고용안정기금을 원·하청의 노사가 만들고, 정부가 좀 보태주면서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산업이 수주절벽에 몰렸을 때 이를 활용해 정부의 실업급여나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과 별도로 기업 단위 또는 산업 단위의 사회안전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했다면 이런 것을 다루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그런 관점에서 봐야 향후에 재발하지 않는다"고 재차 민주노총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민주노총이 물리력으로만 몰고 갈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반성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촉구다.

문 위원장은 "(올해 초)CJ대한통운의 본사 점거와 같은 사태도 민주노총이 들어와서 논의했다면 정책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물류산업에서 적합한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과 처우 관련 정책이 뒷받침되면 산업의 활성화와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런데 대화 당사자도 아닌 국회의원을 끌고 들어와 팔을 비트는 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니 노사관계도, 각 산업부문도 꼬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노사문제 개입과 민주노총의 결탁을 비판한 것이다.

문 위원장은 이전에도 민주노총을 질타하곤 했다. 2018년 7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 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민주노총에 진심 어린 조언을 해달라"고 주문하자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지금처럼 근로자 간 격차를 확대하고, 심화시키고, 구조화하는 거라면 나는 노동운동을 안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사회적 대화에 불참한 데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데, 그 해법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또한 두 번째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정부에서 경사노위 위원장이었지만 한편으론 대통령 노사관계특보였다. 산업현장에서 노사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파업은 향후 2~3일이 고비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을 만큼 참았다"는 말이 나온 이후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찰청장 후보자가 현장을 찾아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며 노조를 압박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일 오후 대우조선해양을 재차 방문했다. 불법행위 중단과 교섭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의 언급에 이어 절차상으로도 정부가 "할 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이에 따라 "23일 전후가 마지노선일 수 있다"는 얘기가 정부 쪽에서 나오고 있다. 그때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도 23일부터 2주 동안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타결하지 못하면 노사 모두 부담을 안게 된다. 지난 15일부터 대화를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는 이날도 협상을 이어갔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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