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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만화와 웹툰

"라면 먹고 갈래?" 대사, 뭐라 번역할까…웹툰 현지화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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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 카카오엔터 로컬라이즈팀장 "또 하나의 원작 만드는 마음으로 작업"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인은 "라면 먹고 갈래?"라는 문장을 들으면 누구나 그 속에 담긴 은근한 뉘앙스를 떠올린다.

2001년 영화 '봄날의 간다'에서 등장한 이 표현은 지금까지도 웹툰·예능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재생산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유행어처럼 정착했다.

하지만 이웃 일본만 가더라도 이런 의미와 간접 뉘앙스를 아무도 모른다. 웹툰을 번역해야 하는 현지화팀의 고뇌는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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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게티이미지뱅크]


이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컬라이즈팀장은 20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지적재산(IP) 해외과정 강의에서 "일본에서는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을 안 쓴다. 의역을 하려 해도 라면 일러스트가 있어서 대사에 라면이란 단어를 넣기는 해야 했다"며 현지화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결국 로컬라이즈팀이 택한 방법은 해당 문장의 의미 설명을 대사 속에 녹이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자기 집에 부르는 스킬'이라는 문구를 "라면 먹고 갈래?"라는 대사에 붙여서 일본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읽고 넘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일 간의 문화적 차이가 걸리는 것은 단지 대사만이 아니다.

웹툰 작품 속 주인공과 배경을 다 일본식으로 바꿨는데 남자 등장인물들이 군대에 간다든지, 이사를 하고 난 뒤 짜장면을 먹는 모습 등 지극히 한국적인 장면이 나오면 이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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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코마
[카카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해당 국가에서 통하는 패러디를 가미하거나 원문의 의미와 느낌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초월번역'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웹툰 '옥탑방 소드마스터'에서 기자회견 장면을 번역할 때 일본에서 과거 화제가 됐던 노노무라 류타로(野野村龍太郞) 전 효고(兵庫)현 의원의 대성통곡 기자회견을 연상할 수 있는 대사를 패러디해 넣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팀장은 "가장 힘든 것은 '어디까지 의역을 하면 될지' 하는 문제"라며 "패러디를 통해 현지화하고 독자와 재미를 공유한 것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카카오엔터에서 현지화한 작품은 카카오픽코마를 통해 일본 독자의 손으로 넘어간다. 웹툰의 글로벌화가 이뤄지는 근간인 셈이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지만, 현지화의 최종 목표는 애초에 해당 국가에서 만든 작품처럼 만드는 것이라고도 이 팀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지화의 목표는 처음부터 일본어로 쓰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라며 "또 하나의 원작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이날 강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스텝업 IP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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