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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한쪽 얘기만 듣지 말아주세요”…단식 중 절규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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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임금 원상회복과 노조 인정 등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산업은행에 요구하며 지난 14일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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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48일째인 19일, 서울로 상경한 조합원 일부는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벌였다. 조선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아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올해에도 임금 동결·삭감을 경험 중이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한쪽 얘기만 듣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농성장에서 이날 만난 노동자 3명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원청 지분을 과반 보유한 산업은행에 사태 해결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소속된 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조선소에서 15년째 용접공으로 일하는 강봉재씨(51)의 작년도 시급은 9510원으로 4년 전(9410원)에 비해 100원 올랐다. 강씨는 “시급에 상여금이 녹아들면서 통상임금으로 바뀌었고, 체감상 해가 지날수록 연봉이 적어졌다”며 “5년여 전 연말정산할 때 계산된 연봉보다 30%가 줄었다”고 했다. 13년가량 조선소에서 탑재취부 일을 해온 최민씨(51)는 “연봉으로 따지면 6년 전 대비 2000만원 가까이 못 받고 있다”며 “업체 대표들은 ‘경제가 회복되면 원상복귀하겠다’고 했지만 다 거짓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원청의 ‘꼬리 자르기’ 행태를 비판했다. 15년 넘게 조선소에서 도장 일을 하고 있는 계수정씨(49)는 “(원청 직영) 노동자들의 임금은 안 깎고 왜 하청노동자만 깎는가”라고 되물었다. 계씨는 “현재 임금으로는 전기세, 수도세, 집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시급을 올려달라는 게 아니라 원상복귀라도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8시간 일하고 일당 12만원을 손에 쥔다는 그는 “7~8년 전만 하더라도 15~16만원을 받았다. 한 회사에서 20년을 일한 사람의 임금도 최저시급 수준”이라고 했다.

최씨는 “21개 하청업체 사장들은 ‘힘도, 돈도 없다’고 말한다”며 “(원청은) 회사가 어려우면 하청업체 사람을 먼저 정리해고하고, 모든 책임을 하청쪽에 전가한다”고 했다.

고질적인 저임금은 원활한 인력 수급을 막고, 남은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노동 환경으로 내몰았다. 강씨는 “수주가 늘었는데 사람은 줄어 대부분 안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상황에서 공정에 쫓겨 일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등으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최씨는 “조선소의 근로복지가 좋지 않고 임금 인상도 없다 보니 직업훈련원으로 온 이주노동자는 건설업 등으로 빠지려 한다”고 했다.

정부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기조를 밝힌 데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강씨는 “오늘도 4차 교섭을 계속하고 있는데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해 안타깝다”고 했다. 계씨는 “다들 ‘끝까지 투쟁하자. 더이상은 개돼지처럼 살기 싫다’고 했다”며 “요구가 쟁취되지 않으면 조선소를 떠나야 할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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