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중국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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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제재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는 러시아가 중국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정황이 드러났다. 러시아는 미사일 등에 들어갈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이란에선 군용 드론을 들여올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산 반도체 등 러시아로 수출되는 전자부품과 원자재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1∼5월 중국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이 5000만 달러(약 662억원) 라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가 넘는다. 프린트 기판 등 기타 부품류 수출액도 지난해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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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산 산화알루미늄의 러시아 수출량은 지난 5월 15만3000t으로 전년 같은 달(227t)보다 폭증했다. 산화알루미늄은 군사무기 생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쓰이는 금속 알루미늄의 주 재료다. 러시아는 산화알루미늄 수입량 중 20%를 호주에 의존해왔는데, 호주 정부는 지난 3월 러시아가 이를 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조달하기 힘들어진 기초 소재의 공백을 중국을 통해 메우고 있는 셈이다.
WSJ은 “중국의 대러 부품·원자재 수출액 증가는 많은 중국 기술기업이 러시아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 기업의 이런 행태가 대러 제재와 수출 통제 등을 동원해 러시아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낮추려는 서방의 노력을 방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 5개의 중국 IT 기업을 무역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지난 2018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차대전 전승기념일 행사를 앞두고 가진 열병식 리허설에서 러시아군의 S-400 미사일이 시내에 모습을 드려냈다. [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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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민간·군사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폴리그룹(中國保利集團)의 자회사 폴리 테크놀로지는 2004년부터 올해 1월까지 러시아 방위산업체에 281차례에 걸쳐 이중용도 제품을 수출했다. 올해 1월 말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알마즈-안테이에 안테나 부품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나오미 가르시아 C4ADS 연구원은 “폴리 테크놀로지는 명백히 러시아 정부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용 부품 조달을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C4ADS는 폴리 테크놀로지 부품이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에 사용됐을 거라고 봤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S-400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면서 폴리 테크놀로지는 올 1월 미 국무부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 5월 이란의 한 육군 기지에서 압둘라힘 무사비 이란 육군 최고사령관(오른쪽)을 비롯한 군 관계자가 이란 육군의 군용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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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란을 통해 무기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CNN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미사일 탑재 드론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한 달간 최소 두 차례 이란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수도 테헤란 남쪽 카샨 비행장에서 무인기(UAV)로 알려진 자국의 샤헤드-191, 샤헤드-129 드론을 러시아 정부 대표단에 소개하는 발표회를 열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 정부가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UAV를 포함해 수백 대의 UAV를 러시아에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러시아는 이란제 공격용 UAV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상 표적에 정밀한 타격을 할 수 있는 유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드론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이란의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쟁이 5개월 넘게 지속하면서 전쟁 물자를 계속 조달할 수 있는가가 승패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군사·무기 지원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미 국방부는 향후 몇 개월 내로 비축 물량이 고갈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가 중국과 이란 등에 힘입어 전쟁 동력을 이어간다면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도 이를 우려한다. 미 상무부는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당사국에 우리의 완전한 법적 규제 도구를 적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러 양국 간 무역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CNN에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는 미국이 왜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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