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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이른바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또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주저앉았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달러화 가치는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사이클 초기에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더 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유가 급락, 강 달러, 장단기 금리 역전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93% 떨어진 배럴당 95.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도 최근 3개월 새 가장 낮은 배럴당 99.49달러로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유가가 급락한 것은 경기침체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 뉴욕 증시 역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기업 실적 둔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16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8.56까지 치솟아 2002년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리면서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서만 13%가량 상승했다. 달러 강세로 인해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달러와 유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1달러=1유로’로 패리티(등가) 시대에 진입했다.
스파르탄 캐피털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화가 강세"라며 "미국 국채 금리 하락에도 ‘슈퍼 달러’가 나타난 것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평가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한층 부추기는 대목이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97%선으로 내려갔다. 이러한 하락세는 안전자산인 국채에 수요가 몰리며 국채 가격이 상승했음을 가리킨다. 다만 2년물 금리가 3.04%대를 유지하면서 장단기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더 확대됐다. 만기가 길어 불확실성이 큰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를 밑도는 현상은 향후 경제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긴축 예고한 Fed, 인플레 지표 주목
시장에서는 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계속 경계하고 있다.
매그니파이 머니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이미 경기침체가 다가왔다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자의 88%는 가장 큰 경기침체 경고 신호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경기 둔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뱅가드의 존 매드자일은 "제시되는 경기침체 확률은 모두 다르지만, 소비심리와 기업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관건은 13일 발표되는 미국 CPI다. 현재 시장에서는 6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8% 올라 5월 상승폭(8.6%)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 UBS와 도이체방크로부터 9%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Fed의 고강도 긴축 행보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Fed의 긴축과 맞물려 경기침체 전조로 평가되는 장단기 국채금리 현상이 한층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주부터 기업 실적시즌이 시작되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짙어진 모습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 소비 둔화 등이 기업 실적으로 가시화할 경우 경기침체 우려는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6월 소기업 낙관지수는 89.5까지 떨어지며 201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6개월 내 경기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소상공인 비율도 48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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