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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日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아베 총격 야마가미 “종교행사에 영상메시지 보낸 걸 보고 범행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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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측 “아베 총격범 어머니, 과거 통일교 신자”

경향신문

야마가미 데쓰야가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에서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으로 쏘고 현장에서 체포됐다./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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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사제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종교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라현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야마가미를 살인 혐의로 전환해 10일 검찰에 송치했다. 야마가미는 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역 근처에서 연설하던 아베 전 총리를 직접 제작한 총으로 두 차례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어깨를 관통한 두 번째 총탄에 동맥이 손상되는 치명상을 입고 약 5시간 후 사망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해외에서 유입된 특정 종교단체 이름을 거론하며 “어머니가 신자로 거액을 기부해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해왔다”고 진술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이 종교단체의 최고 간부를 살해할 생각이었지만 접근하기 어려워 아베 전 총리로 목표를 바꿨다고 진술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가 해당 종교가 일본에서 확산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베 전 총리가 해당 종교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정치적 신념에 의한 범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사카부에 거주하는 야마가미의 한 친척은 아사히신문에 “특정 종교단체를 둘러싸고 그의 가정이 망가졌다”며 “계속 원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981년생인 야마가미는 형과 여동생 등 3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건설사를 운영했다. 야마가미가 어릴 적 아버지가 급사하자 회사를 물려받은 어머니는 이후 종교활동에 빠지면서 거액의 돈을 교단에 헌납했다. 이 친척은 야마가미 3남매가 “먹을 것이 없다”며 연락해 밥을 사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플래시, 슈칸겐다이 등 일부 현지 매체들은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로 통일교를 지목했다. 슈칸겐다이는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통일교 산하 민간 국제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 집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세계 각지의 분쟁 해결, 특히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발언한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이 매체는 야마가미 어머니의 교인 등록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전했다. 통일교 측도 10일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과거 통일교 신자였다고 확인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일본 본부 쪽에 확인해보니 과거 통일교 신자였는데 지금은 교회를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이 1968년 창설한 보수단체 국제승공연합은 자민당 보수계 의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인문계 고등학교인 나라현립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1999년 졸업 후 대학 진학은 하지 않았다. 2002년 어머니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야마가미는 같은해 해상자위대에 입대해 임기제 자위관으로 2005년까지 복무했다. 이 시기 소총을 다루는 훈련을 받았다. 전역 후에도 군사훈련을 받는 ‘예비자위관’으로는 편성되지 않았다.

전역 후 재무설계사, 택지건물거래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한 야마가미는 최근까지 여러 파견회사에 등록해 파견사원으로 일했다. 파견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 기간 일본에서 굳어진 비정규직 형태로, 한 번 파견사원이 되면 저임금 단기 일자리만 전전하다 더 나은 일자리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야마가미가 가장 최근에 한 일은 오사카부내의 한 창고에서 지게차로 짐을 나르는 일로, 1년6개월 가량 지속했다. 야마가미는 지난 4월 건강이 좋지 않다며 파견회사에 퇴직을 신청했고, 유급휴가를 소진한 뒤인 지난 5월 공식 퇴사 처리됐다.

야마가미는 이후 나라현의 작은 아파트를 얻어 생활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자택에서는 폭발물 처리용 헬멧과 소화기가 발견됐다. 이웃들도 야마가미를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웃집에 사는 한 60대 남성은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세탁물도 보이지 않고 생활의 흔적이 없었다”며 “밤에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듯 슥삭슥삭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파견회사 관계자들도 “밥은 자동차 안에서 혼자 먹었다”고 전했다. 반면 야마가미의 어릴 적 친구들은 그가 중학생 때 농구부, 고등학생 때는 응원단 활동을 했으며 말수는 적었지만 열성적으로 활동했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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