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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준석 '중징계' 사실상 대표직 박탈 처분…"與 극심한 내분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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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사상 초유의 현직 여당 대표 중징계 사태로 여권은 당분간 커다란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조만간 법원에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할 태세여서 법정 공방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새벽 2시 40분쯤 징계 심의를 마친 뒤 “윤리위는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야인이던 2013년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에게 지난 1월 증거인멸교사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게 당헌·당규가 규정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 대표의 지시로 증거인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철근 실장은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는 김 실장이 1월 10일 대전에서 사건 관련자 장모씨를 만나 성 상납 관련 사실 확인서를 작성 받고 7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서를 써준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며 “윤리위는 이 대표가 당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업무상 지시 관계, 관련자 소명 및 녹취록, 김 실장이 본인 일이 아님에도 거액 투자 유치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이 대표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 상납 의혹에 관해선 판단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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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국민의 힘 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윤리위 참석에 앞서 입장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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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까지 임기가 11개월 남은 이 대표는 이로써 6개월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실제 윤리위 의결대로 징계가 집행된다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집권당 대표가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대표직 수행에 제한을 받는 수준의 중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원칙대로라면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기한이 끝난 뒤 대표직에 복귀할 순 있지만, 6개월이라는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표직 박탈에 준하는 처분이라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복귀하는 것이 적절한지, 이 대표 징계가 정당했는지 등을 놓고 당내에 책임론과 갈등이 번질 것”이라며 “당내에 극심한 내분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비토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이날 윤리위는 오후 7시부터 7시간 40분 넘게 징계안을 심의했다. 이 대표는 물론 김철근 실장도 윤리위에 출석해 의혹을 소명했다. 이양희 위원장은 징계 심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사회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며 “(윤리위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됐다거나, 마녀사냥식이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이 대표의 윤리위 공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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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대표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심의를 앞둔 7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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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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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명을 위해 윤리위에 출석한 이 대표는 “몇 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 기회를 얻었음에도 마음이 무겁고 허탈하다”고 했다. 그는 성 상납 의혹 폭로의 배후에 정치권 인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건 관련자 장씨의 음성 파일이 담긴 JTBC 보도를 언급하며 “지난 1년간 설움이 북받쳐 오르고, 내가 무엇을 해 온 건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기간 고충을 털어놓을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세로) 목이 상해 스테로이드까지 먹었고, 왜 이렇게 살이 쪘냐는 놀림까지 받아가며 선거를 뛰었던 시간에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며 “기다려 왔던 대선 승리 뒤에도 저는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이 대표가 기획 폭로설을 부각하며 윤리위에 재심 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반격에 나선다면 내홍이 깊어질 전망이다.

당 대표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충격파를 맞은 여당은 국회 원 구성이 이뤄지기도 전에 위기에 봉착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초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와중에 이 대표 징계까지 겹치면서 정부·여당 모두 씻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원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한두 달 안에 봉합될 사태가 아니다”며 “당 내부는 책임론으로 시끄러울 것이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 눈에 ‘민생 대신 집안싸움을 한다’고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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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줄곧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다른 곳도 아닌 당 윤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당장 친윤계 의원들이 이 대표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당이 ‘이준석 리스크’에 더는 발목 잡혀선 안 된다”며 “이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사 기관조차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윤리위가 섣불리 대표직 박탈에 준하는 징계 처분을 내려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수도권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공을 세운 대표를 토사구팽한 것으로 비칠 것”이라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면 혼란 사태를 누가 책임질 거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를 사실상 사퇴로 몰아넣은 친윤계 의원들도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윤리위가 수사기관 결정에 따라 윤리강령과 규칙을 판단하면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2일 회의 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윤리위가 이날 심야 마라톤 회의를 통해 가까스로 결론에 도달했지만, JTBC가 보도한 ‘윗선’ 녹취록은 새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날 JTBC는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장씨가 성 상납 문제와 관련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그 사람이 OOO 비서실이야”라거나 “윗선에서는 안 돼요, 진짜. 윗선에서 자꾸 홀딩하라잖아요”라고 말한 녹취록을 확보해 보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는 물론 국민의힘 또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집권당 대표라는 지위의 무거움이나 죄질에 비춰 중징계는 당연하다”며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사안을 회피하며 국민의 눈을 가렸다”고 비판했다.

손국희ㆍ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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