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친환경 투자 기준 ‘택소노미’ 인정…내년부터 적용
탈원전 국가 반발…그린피스 “사법재판소 소송 제기도 불사”
앞서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가 지난 15일 원전과 가스를 택소노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으나 결국 본회의에서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가스와 원전이 포함된 택소노미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로이터통신은 EU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최종안에 반대하면 시행이 중단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EU 택소노미는 지속 가능한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되는 목록을 담은 분류 체계다. EU의 기후, 환경 목표에 맞는 녹색경제 활동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친환경 투자를 늘린다는 취지다. 이번 유럽의회의 결정으로 유럽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천연가스 공장 건설 프로젝트 등도 재원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 반대로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은 활동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2020년 11월 발표한 택소노미 초안에는 원자력발전과 가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으로 가는 과도기에 원자력처럼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EU 회원국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를 비롯해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은 녹색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탈원전을 표방한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안전상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EU 집행위가 지난 2월 원전과 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최종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반대론이 소수여서 무리 없이 확정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이 쟁점이 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EU는 가스의 약 40%, 농축우라늄의 약 2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원전과 가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결국 러시아의 전비를 조달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은 유럽의 러시아 의존을 영속화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 장악을 공고히 하는 선물이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날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EU 집행위의 방안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유럽의회의 결정으로 원전과 가스가 녹색에너지로 분류되면서 오히려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원전과 가스의 택소노미 포함을 환영하는 쪽에서는 이를 통해 가스 파이프라인 증설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위한 설비 투자가 급증하면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유럽의회는 우리와 미래 세대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결정에 대해 EU 집행위에 공식적으로 내부 검토를 요청하고,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말 원전을 빼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LNG를 넣은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보고 탄소중립 달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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