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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건희 여사에게 묻고 싶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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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지난 5월29일 공개됐다. 페이스북 ‘건희사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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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현철 | 콘텐츠기획부장

지인 동행, 주가조작 의혹, 허위경력 의혹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빈정거리는 것도 아니니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한겨레>는 2017년 8월 동물권 매체 ‘애니멀피플’(애피)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먹고, 소비하는 이 땅의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왔습니다. 그 애피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김건희 여사님이 지난 6월13일치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는 그 배경과 이유가 무엇이든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사님은 개와 고양이 일곱마리의 반려인입니다. 그들 중 다섯마리가 유기됐던 경험이 있다고 하셨고요. 그런 여사님이 대통령 배우자가 된 뒤 첫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 중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가장 약하다” “동물학대는 소수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동물학대와 가정폭력은 같은 줄기에서 나온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퍼스트레이디도, 이런 인터뷰도 처음입니다. 신선할 수밖에요.

인터뷰 중 가장 눈에 띈 대목은 다음입니다. “개고기는 사실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키우는 개들은 좁은 뜰장에서 먹고 자고 배변까지 하죠.” 그러고는 개 식용을 안 하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개고기가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식용견 산업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밀집 사육이 불가능합니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풀을 먹여 키울 수 없으니 사료를 줘야 합니다. 강아지 때부터 성견이 된 뒤에도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어치웁니다. 이런 개를 동물보호법, 식품위생법, 가축분뇨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지켜가며 사육해서 소득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한해 10만마리 이상 발생하는 유기견과 개 식용 산업이 이어지는 지점이죠. 가축으로 번식시켜 키우는 것보다 유기견을 포획하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그런데도 개 식용 옹호론자들은 “개고기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라 말합니다. 열악한 시설에서 음식물쓰레기로 키운 뒤, 전기꼬챙이로 잔혹하게 학대·살해해야 먹을 수 있는 게 보신탕인데 말이죠. 이 ‘단백질 공급원론’은 ‘개인 기호론’ ‘개고기 합법화론’ ‘소와 닭은 왜 먹냐론’ ‘국민적 합의론’과 함께, 이른바 개고기 옹호론자들의 ‘5대 궤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여사님의 ‘개 식용 반대’ 인터뷰를 보면서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대선 예비후보이던 때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개 식용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식용 개는 따로 키우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반려견과 식용견이 따로 있다는 얘기입니다. 좀 놀라긴 했는데요. 여사님의 인터뷰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여사님은 “우리 부부는 반려동물을 자식이라 생각한다”고 했지만, 자식과 그 ‘친구들’을 보는 인식이 부부 사이라도 참 다른 것 같아서요. 뭐 부부가 서로 다른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거겠지만요.

솔직한 얘길 듣고 싶습니다. 여사님의 바람과 달리 개 식용 종식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개 식용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출범시켰지만, 4월말이면 끝내겠다는 합의는 6월말까지 한번 연장되더니 다시 무기한 미뤄졌습니다. 이해당사자인 육견업계를 논의기구에 포함시켰으니 예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핑계를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요?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 연구팀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는데요. ‘법으로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35.9%가 반대했다고 합니다. 반대 목소리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죠?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찬성하십니까?’라고 물었어야 했을 겁니다. 이들 대다수가 ‘개 식용은 개인 선택의 문제이자 자유의 문제’라 답했다는데요. 이들과 어떻게 논의하고 설득해서 합의를 이끌 수 있을까요?

여사님의 말과 행동은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 존중에 대한 사명감을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할지,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말로만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저희와 진솔한 인터뷰를 해보면 어떨는지요?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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