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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美·유럽·韓 곧 경기침체"…유가·금리·환율 곳곳서 경고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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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여오는 R의 공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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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5월 이후 두 달여 만에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통화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수요도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해서다. 여기에 경기 침체 공포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의 강세로 이어지며 원자재 가격 급락세를 견인하고 있다.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로 거론되는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이날 다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93% 하락한 배럴당 99.50달러를 기록해 지난 5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25일(98.54달러) 이후 최저치다. 아울러 9월물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9.5% 급락해 두 달 만에 최저치인 102.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인 공급난 속에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풀린 데 따른 수요 증가 전망으로 인해 유가가 올해 15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쟁 지속, 유럽의 에너지 위기 등 유가를 둘러싼 환경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유가가 폭락한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석유 자문사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회장은 "하반기 경기 침체 예상이 가속화되면서 원유 트레이더들은 유가 하락이 다양한 상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금속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곡물의 선물 가격도 대부분 4% 이상 급락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경제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내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은 38%로 치솟았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경기 침체 가능성은 0%였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4일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국이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경제를 견인했던 소비가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줄어들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같은 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8.6% 급등하는 등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상품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요 둔화 우려에 지난달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던 미국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최근 4.8달러로 내려왔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6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4주간 평균 휘발유 수요는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 붕괴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데미안 쿠르발린 등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석유 수요의 증가가 GDP 성장률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도 최근 원자재 값 하락의 요인이다. 달러가 비싸지면 달러 표시 상품 가격도 덩달아 뛰면서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6.5를 기록해 200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달러 강세 현상으로 인해 유로화 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유로당 달러 값은 전장 대비 1.5% 떨어진 1.026달러로 2002년 12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평가되는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은 이날 시장의 우려를 더욱 확산시켰다.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2년물 미 국채 금리가 최대 2.95%까지 올라 10년물 미 국채 금리(2.94%)를 웃돌았다. 미 CNBC에 따르면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을 역전한 것은 지난 3월과 6월 이후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만기가 길어 불확실성이 큰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보다 낮다는 것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면 경제 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수반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BMO의 미 금리 전략부문 대표인 이언 린젠은 "투자자들의 심리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뭔가가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가 임박한 리스크라는 직접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침체를 뜻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침체 우려에 대응해 다음해에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윈쇼어 캐피털 파트너스의 강 후 매니징 파트너는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원자재 값 하락과 경기 침체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은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최현재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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