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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박지현 “필요할 땐 이용해 먹더니 계륵 취급...민주당, 구멍가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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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민주당 청년 정치인 연대)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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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6일 당무위 회의에서 당내 친명(親明)계가 강하게 반대한 전당대회 룰 변경은 철회하면서도,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불허하기로 한 결정은 바꾸지 않았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당무위에 의견을 물었고 (앞서 비대위에서 내린 불허 결정을) 만장일치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입당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박 전 위원장에게 당대표 출마 자격을 줄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솔직히 요즘 많이 힘들다”면서도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N번방 성 착취 사건’을 공론화한 박 전 위원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민주당이 당내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성 비위로 어려움을 겪을 때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박 전 위원장은 이와 관련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저를 영입했던 민주당이 지금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며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은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박지현은 물론, 저에게 만들자고 약속했던 성폭력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 한다”며 “이건 막겠다, 성범죄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은 그날까지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엔 당무위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며 “원칙을 지키라, 민주당이 구멍가게 수준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무위가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고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며 불가 결정을 했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비대위나 당무위가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젊은 여성인 저만 예외적으로 진입을 막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무위의 공식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고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 가능 여부에 대한 논쟁은 당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이 자신의 출마를 막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의원 측근인 김남국 의원이 강하게 출마 불가 입장을 내는 걸 보면 이 의원 의중이 담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이날 라디오에서 “아무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세상을 너무 본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본인의 정치적 위상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나 김동연 경기지사 정도 급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선에서 나름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당에서 출마를 원천봉쇄한 꼴이 됐다”며 “설사 피선거권이 없다 하더라도 만들어서라도 줬어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당에서 박 전 위원장에게 이미 당대표격인 비대위원장직을 맡겼었는데, 이제 와서 유독 엄격하게 출마 원칙을 들이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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