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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에 성공한 A씨는 정착 비용으로 6만달러(약 7818만원)의 해외 송금을 국내 은행에 요청했다. 하지만 은행은 5만달러 이상이며, 사용 목적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결국 A씨는 1만달러만 휴대한 채 출국했고, A씨 부모가 한국은행에 대외지급수단매매를 신고해 5만달러를 보내야 했다. A씨 부모는 관계 기관에 최소 11개 이상 서류를 제출하고 2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국내 기업 B사는 국내 은행을 통해 해외직접투자(해투)를 신고하고 태국 소재 기업 지분 50%를 취득했다. B사는 태국 기업에 4만달러 상당 설비를 현물 출자하는 과정에서 해투 사전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100만원(위반금액의 2%)을 내야 했다. 여기에 매년 사후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외환거래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이 같은 번거로움이 23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본거래 사전신고 등을 폐지하고 외환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신(新)외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외환법을 전면 개편하는 건 1999년 현행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한 이후 23년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사에서 신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전면 개편안을 공개했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한국은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로 순채권국이 된 뒤에도 외환규제 틀은 외화유출 억제라는 정신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무역 규모 8위의 글로벌 10대 경제강국 지위에서 새 철학에 기초한 외환거래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기존 외국환거래법령을 폐지하고 신외환법 제정으로 거래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밝힌 개편 방향을 보면, 우선 외환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외환거래 때(자본거래와 지급·수령 시) 사전신고가 폐지될 예정이다. A씨나 B사 사례에서도 모두 별도 신고 없이 직접 송금을 해도 된다는 얘기다.
해외 송금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그간 증가해왔으나, 여전히 외환거래를 하는 데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해외직접투자 시 매년 사후보고를 해야 하는 등 기업의 애로사항이 많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사전에 당국이 인지하지 못했을 때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일부 거래에 대해서만 신고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하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외국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개편안은 해외 송금이나 환전 같은 개별 외국환 업무 취급에 대해 '동일 업무, 동일 규제' 원칙을 도입한다. 금융기관별로 차별 없이 외국환 업무에 일관된 규제가 적용되며, 대외건전성 유지에 필요한 규율만 부과된다. 현재는 업권별로 금융기관의 구체적 외환거래 업무 범위가 규정돼 있다. 증권사는 환전이나 송금 업무가 제한되는 식이다. 또 해외 송금, 환전 등 외환법상 거래행위는 예외 규율을 둬 규제하기로 했다.
외국환 취급기관의 업무 범위 확대도 검토된다. 이는 원화 관련 금융상품을 발굴하고 기관의 사업을 확대하는 기회도 된다. 또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발판으로 외국인과 비거주자의 원화 지급·수령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 해외직접투자에 따른 신고·보고 대상과 절차도 간소화하며 국경 간 자금 이동이 없는 거래는 사후보고 의무도 줄인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복잡한 외환법령 체계도 전면 개편해 일반 국민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존 조문은 원칙을 명시한 뒤 예외(신고 예외),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는 식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금융기관도 숙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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