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MZ 겨냥 ‘1호’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 해산이 남긴 질문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6년 설립 후 6년만에 지난 3일 해산

“최초 ‘미디어 액티비즘’ 실험 등 유의미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부족은 아쉬움”


한겨레

2016년 출범한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이달 해산(폐업)을 결정했다. 닷페이스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엠제트(MZ) 세대를 겨냥한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설립 6년 만에 해산(폐업)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낸 미디어 스타트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해결을 촉구하는 ‘미디어 액티비즘’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는 성과에도 차별화 지점이나 수익모델 창출 등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3일 문을 닫은 닷페이스는 2016년 세워진 뒤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와 협업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특정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십시일반하는 크라우드펀딩, 정기 멤버십 제도 ‘닷페피플’ 등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다. 그러나 회사로서 생존할 안정적 수익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한겨레

닷페이스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등 다양한 소수자가 처한 입장에 서서 이야기하는 콘텐츠로 엠제트(MZ)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닷페이스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닷페이스는 출범 초기 페이스북에 크게 의존했다. 페이스북이 당시 이용자들에게 자주 노출하던 1분 안팎의 짧은 영상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2017년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바꿔 미디어 기업 콘텐츠보다 개인의 일상 노출 비중을 높이면서, 닷페이스도 새로운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2017년 말에는 7∼10분 안팎 길이의 쇼트 다큐멘터리를 시도했다.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잠입해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시도하는 남성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히어아이엠’(Here I am, H.I.M)과 국내 마사지 업소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매매 실태를 포착한 ‘타이마사지’ 등 유튜브에서 먹힐 만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히어아이엠 프로젝트엔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더해, 목표 금액의 8배가 넘는 4000만원가량을 모아 피해자 지원 단체에 전달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유튜브로 바뀌었을 뿐,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해소하지 못했다.

닷페이스는 2018년 초 정기 후원제도 닷페피플을 도입했다. 2020년 중순부터는 개발자와 기획자, 마케터, 에디터,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팀을 꾸려, 자체 누리집을 콘텐츠를 매개로 닷페피플과 소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장승훈 닷페이스 서비스 팀장 겸 개발자는 “2020년 중순 1500명 가량이던 닷페피플이 6개월 동안 500명 가까이 늘어 지난해 초 2000여명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선욱 닷페이스 영상팀장도 “멤버십 서비스 개편 이후 ‘자원을 더 투입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규모 스타트업 입장엔 언제나 그 ‘조금 더 부을’ 자본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닷페이스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고별전 ‘우리들의 엔딩 크레딧’을 열고 여러 프로젝트의 제작 배경과 과정, 후기를 영상과 사진, 텍스트가 결합한 전시 형태로 선보였다. 독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년 간의 활동 뒤 해산은 뒤를 잇는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과제를 제시한다.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이사(옛 메디아티 대표)는 “국내 첫 미디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 회사인 메디아티를 만들어 닷페이스를 시작으로 긱블, 어피티, 뉴닉 등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수익모델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출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저널리즘과 액티비즘(활동)을 결합한 모델의 고민도 남겼다. 박소현 닷페이스 피디는 3일 유튜브에 공개된 ‘닷페이스의 마지막 이야기’ 영상에서 “예전에는 혜화역 시위를 보여주기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곳이 없어 잘 되던 시기가 있었는데, 점점 (특정 사회적 이슈의) 맥락이 복잡해지면서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주장할지, 어떤 스탠스에 서야 할지 끝까지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은선 피디도 같은 영상에서 “그게 제작자 입장에서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