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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부족에도 日, 푸틴에 맞짱…"러시아 원유값 상한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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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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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양산을 쓴 시민들이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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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3일 참의원 선거 가두연설에서 "현재 (러시아산 원유) 가격의 절반 정도를 상한으로 정해 그 이상으로 사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조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에너지 판매로 얻는 돈을 줄여 전쟁 비용 확보를 어렵게 하는 효과를 노린다. 동시에 전 세계적인 고유가 문제에도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원유 가격상한제를 지킨 경우에만 원유 수송에 필요한 보험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우랄유의 5월 중순∼6월 중순 평균 가격은 배럴당 87.49달러(약 11만3600원)로 한 달 전보다 20% 가까이 올랐다.



러시아, 日 기업 겨냥 '사할린-2' 재편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가 일본의 제재에 맞서 극동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일본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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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4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서 참의원 선거 가두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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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현재 사할린-2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국영 기업 '사할린에너지'의 모든 권리와 자산을 인수할 새로운 러시아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정 외국·국제기관의 비우호적 행동에 관한 연료·에너지 분야 특별경제 조치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다.

사할린-2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지역 사할린에서 석유·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이 약 50%, 영국 기업 셸이 약 27.5%, 일본 미쓰이(三井)물산이 12.5%, 미쓰비시(三菱)상사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 프로젝트로 수출된 LNG와 석유는 각각 1041만t과 416만t 규모인데, LNG의 경우 생산량의 50~60%가 일본으로 갔다. 이는 일본 LNG 전체 수입량의 약 10%에 해당하며, 일본 전력 공급량의 3%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사할린-2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새로운 법인을 만들면서 지분의 절반은 가스프롬이 갖고, 나머지 지분은 기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현재 지분에 비례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의 경우 한 달 이내에 새 법인 지분 인수를 요청해야 하고, 러시아 정부가 심사를 거쳐 가능 여부를 승인한다.

결국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일본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지난 2일자에서 사할린-2 재편 조치는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일본을 흔들려는 시도"라며 "푸틴 대통령이 '가스 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할린 LNG 끊기면 에너지 대란 우려



러시아의 발표에 기시다 총리는 "곧바로 LNG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와 의사소통해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사할린-2의 LNG 공급마저 중단되면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전기 가격 등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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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력공급주의보가 발령된 일본 도쿄에서 전기용품 상점 직원이 상품들의 조명을 끄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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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에 여러 경제 제재를 취해왔지만 일본 기업이 참가한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는 "에너지 안전 보장에 극히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 폐쇄, 화력발전소의 노후화 및 축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전기 요금도 12개월 연속 올라 도쿄전력(TEPCO)은 오는 8월 가정용 전기요금 평균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9000엔(약 8만6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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