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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헌재 "'휴대폰 개통 명의 빌려주면 처벌' 법 조항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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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6월 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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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인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창원지법이 제청한 전기통신사업법 30조 등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7월 네이버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선불폰을 개통해 주면 1대 당 2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이 사람에게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등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해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자신 명의로 가입된 선불폰을 개통해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2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담당한 창원지법은 이 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통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19년 4월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법원은 "이 법 조항은 이용자가 자기 명의로 통신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사용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사람을 형사 처벌함으로써 사실상 '통신 실명제'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대신해 성인인 자식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주거나, 이성친구를 위해 자기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건네주는 것, 회사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것이 번거로워 직원이 자기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모두가 처벌대상이 된다.

심판 대상 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며, 이를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명의자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차명휴대전화,이른바 대포폰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이 휴대폰을 이용하는 현실에서 대포폰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서 명의도용이나 명의위조 뿐 만 아니라 명의자의 적극적 협조로도 빈번히 개통된다. 기존 이동통신사 외에 이동통신재판매 사업자들까지 합하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약 40여개에 이르는데, 소위 알뜰폰의 경우 온라인 개통이 일반적이라 신원확인이나 다회선 개통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등 신종범죄로부터 통신 수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는 취지다.

또 제청법원이 든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대신해 성인인 자식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등의 사례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시장 질서를 교란할 만한 행위 등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이들 행위에까지 심판대상 조항이 적용돼 처벌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개별사건에서의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개인 간의 관계나 경제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차명 휴대전화가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구성요건에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처벌대상을 지나치게 확대시킬 우려가 있어 과잉규제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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