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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벌레가 드글드글"...수도권 점령한 '러브버그'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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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서대문구·경기 고양시에 집중 출몰
"국내 출현 드문 벌레...장마철 습한 날씨 탓인 듯"
전문가 "수명 짧고 건조한 기후에 약해 사멸할 것"
한국일보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러브버그' 사체가 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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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과 베란다 이중문을 어떻게 뚫고 들어오는지, 집안까지 수십 마리가 들어와요. 어젯밤에도 잡느라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또 들어와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파리과 날벌레 떼가 수도권 서북부 일대를 습격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하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긴급 방역에 나섰지만 쉽사리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부터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경기 고양시 등에서 러브버그 출몰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날 "서울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전화·온라인 민원이 하루에 200건가량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고, 서대문구 관계자도 "지난달 29일 첫 민원 접수 뒤 이날 오전까지 170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1㎝ 크기의 파리과 곤충인 러브버그는 암수가 붙어 날아다닌다. 독이 없고 사람을 물지 않는 데다 진드기 박멸이나 환경정화에 도움이 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특유의 생김새 때문에 혐오감을 일으키고, 고층 주택까지 떼로 날아드는 특성 탓에 해충이나 다름 없다. 은평구 진관동의 한 식료품점 직원 A씨는 "바닥을 청소한 지 10분도 안 돼 벌레가 또다시 새까맣게 쌓일 정도로 몰려들고 있다"며 "혹시라도 음식에 러브버그가 들어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여름에 특정 지역에서 개체 수가 갑자기 증가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러브버그가 주로 중앙아메리카나 미국 남동부 해안 같이 고온다습한 곳에 서식하는 점을 감안하면, 장마철 습한 날씨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윤준선 전북대 농축산식품융합학과 교수는 "긴 가뭄 탓에 성충이 되지 못하고 번데기 상태에 머물러있던 러브버그들이 최근 장마를 맞이해 집단적으로 성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집중 출몰하는 이유로는 지형적 특성과 날씨의 영향이 꼽힌다. 김재근 고구려대 곤충산업복지과 교수는 "서울과 경기 서북부 지역에 산림이 많고, 장마 때문에 습해져 러브버그가 번식하는 최적의 조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은평구를 비롯해 이번 러브버그 출몰 지역은 지난해 산림해충으로 분류되는 대벌레 떼가 이상 번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곳이다.

해당 지자체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은평구청은 전날 러브버그 방역 시행을 공지한 데 이어, 4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대문구와 고양시도 수시 방역을 진행 중이다. 윤준선 교수는 "러브버그는 수명이 10일 이내로 짧고 건조한 기후에 약하기 때문에 장마철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일보

서울 은평·서대문구, 경기 고양시 등지에 이른바 '러브버그'라 불리는 벌레 떼가 출몰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러브버그' 모습. 연합뉴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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