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받는 데 그치더라도 사퇴 요구 가능성
친윤석열 쪽 “비토 목소리 집단 분출할 수도”
징계 안 받는다 해도 친윤계와 갈등 ‘잔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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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이하 윤리위)의 징계 심의가 오는 7일로 다가왔다. 집권여당 대표가 당 내부의 윤리적 심판대에 오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 여권의 권력투쟁 성격도 짙은 ‘이준석 징계’ 건은 징계 여부와 수위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7일 저녁 7시 4차 회의를 열어 이 대표의 ‘성접대 증거인멸 의혹 관련 품위유지 의무 위반’ 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윤리위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소명하게 된다.
윤리위가 결정할 수 있는 징계 수위는 낮은 것부터 따져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이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확정되면 이 대표는 11개월 남은 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그나마 가장 가벼운 ‘경고’ 결정이 나오더라도, 친윤석열계(친윤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친윤계의 한 관계자는 3일 <한겨레>에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은 어떤 계파 싸움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윤리위라는 당내 공적기구의 결정을 계기로 나오는 것이다.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나”라며 “성접대 의혹이 처음 나온 지난해 12월에도 ‘민주당에서 실체적 증거라도 내놓을 수 있으니 그 전에 이준석을 쳐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게 못 한 것이다. 징계 결정이 나오면 이 대표에게 비토 목소리가 집단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리위가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이 대표는 거취 압박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지만, 친윤계와의 갈등의 잔불은 여전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부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쪽 핵심 관계자) 의원들과 마찰 빚었고,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가교 역할이었던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퇴하면서 ‘윤심’이 이 대표에게서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윤리위의 징계 심의를 통해 이 대표가 물러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여권의 정치적 부담과 불안정성이 또 다른 과제가 된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해 일사분란한 ‘윤석열 체제’를 구축할 수 있지만, 동시에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세력이 제거되면서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당의 ‘새로운 우군’으로 편입됐던 20·30대 남성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이 대표의 ‘결사항전 태세’도 변수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짜 저같이 여론 선동 잘하는 사람이 흑화해 가지고 그러고 다니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윤리위의)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던 이 대표는 징계 결정이 나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정당의 내부 정치적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 대표는 여론전을 통해 결백을 호소하면서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 위기 상황에서 여권의 내부 권력투쟁은 민심 이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요소다.
이 대표와 갈등 관계인 친윤계에서는 ‘이준석 리스크’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1년 동안 냈던 불안한 목소리와 행보가 이번 윤리위 회부로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지금은 집권 여당으로서 여러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한 당대표의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현안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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