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서장이 ‘무면허 뺑소니’…진술도 번복

사진=뉴시스

전직 경찰서장이 대낮에 전북 전주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으로 접촉 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거짓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은 사고를 낸 지역이 전직 경찰서장이 관할했던 지역이었던 점을 고려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1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직 총경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쯤 전주시 덕진구의 한 교차로에서 자신의 BMW 차량을 몰다 차선을 넘어 싼타페 차량을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했다. A씨는 이미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인 데도 핸들을 잡았고 1차선에서 좌회전하던 차량의 조수석 부위를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차량 운전자로부터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도주 차량 번호판을 조회해 소유주가 A씨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A씨는 “직접 운전하지 않았다”며 뺑소니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전주덕진경찰서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입건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말을 바꿔 “내가 운전한 것이 맞다. 앞선 차량이 내 차를 치고 가 쫓아갔을 뿐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게 아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직 총경으로 수년 전 해당 경찰서 서장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A씨가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해당 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 차주는 “대낮에 사고를 내고도 도주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관할 경찰서 수사관은 시간이 지나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다”며 “전직 경찰 고위 간부라는 신분 등 때문에 고의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담당 수사관과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초동 조치 등 사건 처리 과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경위와 음주 여부 등을 철저하게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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