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뉴욕~서울 500만원…짐은 이틀 후 도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기자가 최근 급하게 서울을 다녀오며 겪은 일이다.

출발이 임박해 항공권을 구하다 보니 뉴욕~인천 직항 항공권 구입은 불가능했다. 마일리지를 활용한 보너스 항공권은 엄두도 못 냈다. 어렵사리 애틀랜타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했다. 환승 시간을 포함해 약 20시간이나 걸리는 일정이었다. 일반석 항공권인데 요금은 약 4000달러. 원화로 5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팬데믹 전에는 200만원 안팎이었던 항공권 가격이 2~3배가량 오른 셈이다. 대안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매해야 했다.

애틀랜타에서 인천 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뉴욕에서 새벽부터 애틀랜타로 출발해야 한다.

새벽 3시에 집에서 출발해 뉴저지주 뉴어크(Newark)공항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탑승까지 완료했다. 이륙을 위해 지상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기상 상황이 악화돼 공항 터미널로 돌아가겠다는 것.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는 일. 다시 비행기에서 내렸다. 뉴어크공항은 기상 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약 3시간 동안 공항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공항은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 대부분이 만석인 상황에서 이·착륙이 3시간이나 지연되면 연쇄 충격을 준다.

애틀랜타공항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공항 중 하나로 순수 애틀랜타 방문객보다는 환승객이 훨씬 더 많은 공항이다. 환승 목적으로 애틀랜타를 경유하려던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결편을 놓치면 현재와 같이 비행기 예약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승편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미국 애틀랜타공항에 사우스웨스트항공 비행기들이 빈틈없이 나란히 주차돼 있는 모습(위). 인천국제공항(아래)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체크인만 하는 데도 줄이 길어지다 보니 출국 전에는 예전보다 훨씬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박용범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뉴어크공항에서 예정보다 3시간 지연된 시간에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만석이었던 것 같은데 그새 옆자리 승객이 바뀌어 있었다. 이전 승객은 연결편 문제로 다른 항공편으로 바꾼 듯싶었다.

무려 3시간이나 공항이 폐쇄됐던 여파로 뉴어크공항에서 이륙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활주로 진입을 앞두고 대기 시간이 늘어나서다. 애틀랜타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당초 예약했던 애틀랜타발 인천행 항공편을 타기에는 시간이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는 애틀랜타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를 놓쳤다.

이제부터가 시작. 빨리 대체편을 구해야했다. 당초 항공권을 구입했던 델타항공은 당일 연결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체념하고 다음 날 출발로 일정을 바꾸려던 참에 그날 오후 늦은 시간 인천행 비행기 한 자리가 확보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어렵게 어렵게 한국 땅을 밟았다.

무사히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수화물을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황당한 일이 생겼다. 짐 가방이 인천행 비행기에 제때 실리지 않은 것. 애틀랜타발 인천행 비행기는 하루에 2~3편씩 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짐 가방은 오지 않았다. 모레 도착한 짐은 놀랍게도 시애틀을 거쳐 도착했다. 짐 가방 혼자 미국 내 도시를 한 번 더 여행(?)하고 입국한 것이다.

▶항공료, 역사상 최고 규모 인상 계속

▷아슬아슬한 운영에 대규모 결항 빈번

이 비행기 대부분이 만석인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운영되다 보니 이런 해프닝이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 인력 수급마저 여의치 않다 보니 한 번 문제가 생기면 공항과 노선 일정 전체에 연쇄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 허다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며 그동안 눌렸던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항공사는 물론 공항 서비스가 난맥상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6월 초 기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출장 갔을 때 일이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이 출발 몇 시간 전 지연됐다.

항공사 측에 문의하니 “탑승 예정이던 승무원 일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급하게 대체 인력을 구해야 했다”며 제때 출발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스틴~뉴욕 직항 티켓을 살 수 없어 디트로이트를 경유하는 비행기 표를 끊은 상태였다.

어쨌든 공항에 도착해 셀프 체크인을 하는데 키오스크에 ‘자원봉사자 구함’이라는 문구가 떴다. 알고 보니 항공사가 좌석 수보다 많은 예약(오버부킹)을 받았고, 자리(취소)가 나지 않아 좌석을 양보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참여 방식이 독특하다. 자리를 양보하고 예정보다 늦게 출발하겠다는 사람은 적정 보상 금액을 고를 수 있다. 보상 금액은 200~500달러 정도인데, 적은 금액의 보상을 요청한 사람부터 ‘자원봉사자’가 된다.

하지만 이날은 ‘자원봉사자’로 지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였다. 항공사 직원이 비행기 탑승구에서 막판까지 자리 양보해줄 사람을 구한다며 안내 방송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자 항공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욕~오스틴 왕복 항공권은 평소 200~300달러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500~10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항공 요금은 전월 대비 평균 18.6% 올랐다. 3월 대비 4월 항공료가 20% 가까이 올랐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 작성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상승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3.3% 급등했다.

최근 뉴욕에 출장을 다녀간 중소기업 대표 A씨의 경우 출장 중에 업무 미팅이 추가돼 귀국 일정을 늦춰야 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해 귀국하려던 A씨는 항공 일정을 바꾸려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한참 뒤 유나이티드항공이 제안한 대체편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는 편이었다.

▶코로나 이후 항공 수요 폭발적 증가

▷뉴욕~서울에 에티오피아 환승 권유

아디스아바바가 아프리카 도시인 것을 나중에 확인한 A씨는 아프리카만 아니면 다 좋으니 대체편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파트너인 루프트한자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뉴욕에서 인천으로 가는데 프랑크푸르트를 거치는 일정이 나온 것이다.

국적기의 뉴욕~인천 비즈니스석 왕복은 1만2000~1만50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팬데믹 이전 일등석 요금이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일반석 가격은 옛 비즈니스석 가격이 됐고 비즈니스석 가격은 옛 일등석 가격이 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두드러진 것은 일반석보다 비즈니스석 예약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자주 여행, 출장을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이왕 가는 것 더 좋은 좌석에 타자는 심리다. 또 일반석에서는 아무래도 기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에 옆자리 손님과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석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뉴욕 교민인 B씨는 국적기 웹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알아보다가 실수를 할 뻔했다. 일정, 노선을 입력하고 항공편을 조회하는 첫 화면에서 1600달러라는 숫자를 봤다. 항공 요금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네’라는 생각에 예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 결제 화면에서 가격이 3700달러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편도 요금이 각각 1600달러였고 유류할증료, 세금 등이 포함돼 최종 가격이 3700달러가 된 것이다.

‘스카이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인 듯하다. 한 번 새롭게 기준을 바꾼 항공 요금은 쉽게 하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