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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크라이나 ‘흑해 요충지’ 즈미니섬 탈환…수출 봉쇄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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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러시아군은 없다. 훌륭한 일!”

러 국방부도 “주둔군 철수” 인정

오데사항~지중해로 이동하는 길목에 자리

개전 첫날부터 두 나라 간 격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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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즈미니섬으로 보이는 섬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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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즈미니섬(뱀섬)을 탈환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로를 막아온 러시아의 흑해 봉쇄가 얼마나 완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트위터에 “즈미니섬에 더 이상 러시아군은 없다. 우리 군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도 페이스북에 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을 걸고 “적들이 두척의 고속 보트를 타고 급하게 기지를 떠났다. 현재 즈미니섬은 불타고 있고,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적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섬 탈환에 대해 “러시아의 곡물 수출 봉쇄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승리”라고 평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섬을 내줬음을 시인했다. 이들은 “호의의 표시(gesture of goodwill)로 러시아군이 즈미니섬에서 임무를 마치고 그곳 주둔군을 철수시켰다”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수출하는 인도주의적 회랑을 마련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군이 감행한 지난밤의 포격과 공습을 견디지 못하고 러시아군이 섬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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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중부 체르카시 주지사 이호르 타부레츠(왼쪽)가 29일 즈미니섬 국경 경비대원 로만 흐리보우에게 훈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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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미니섬은 우크라이나 본토 남쪽 끝에서 약 48㎞ 떨어진 흑해의 북서부에 자리한 면적 0.17㎢의 작은 섬이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항구인 오데사항에서 지중해로 나아가려면 이 섬 주변을 지나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2020~2021년 수출 시기에 4150만t의 밀과 옥수수를 전세계에 공급했는데, 95%가 오데사항 등 흑해 연안 항구를 통해 수출됐다. 이곳을 출발한 곡물은 터키의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지중해로 나온 뒤, 수에즈운하 등을 거쳐 아프리카·아시아 등 전세계로 공급된다. 하지만 이 운송로가 막혀 식량난이 확산되는 중이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러시아는 개전 당일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를 투입해 이 섬을 점령했다. 투항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즈미니섬 수비대원들이 “꺼져라”라고 답하는 음성이 공개되며, 한동안 우크라이나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항복을 거부한 즈미니섬 수비대는 한때 전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3월 말 러시아와 포로 교환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일부 병사는 훈장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지속적으로 섬 탈환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14일엔 섬을 점령한 주역이었던 모스크바를 대함미사일로 쏴 가라앉혔고, 5월 초엔 무인기로 섬 주변에서 활동하던 소형 상륙함을 격침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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