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하루 전 로마행…최대 정당 오성운동 당수와 갈등 표면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회의 폐막을 하루 앞두고 돌연 귀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영방송 라이(RAI)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들을 위한 공식 만찬에 참석한 직후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에 따라 폐막일인 30일 예정된 공동성명 서약식은 이탈리아 정상이 빠진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30일 공식 일정은 로렌초 궤리니 국방장관이 대신 소화한다.
총리실 소식통은 드라기 총리가 30일에 있을 내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나토 일정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내각회의에서는 저소득층 에너지 비용 보조금 추가 지원 및 이에 따른 예산 조정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기 귀국 결정이 나토 회의 일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이례적인 행보가 의회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 지휘부와 드라기 총리의 갈등이 심화하며 연립정부 위기론이 무성한 가운데 돌출했다는 점 역시 주목받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들도 "예정에 없던 드라기 총리의 귀국은 분명 연정 위기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하원 의석 30%가량을 점유한 오성운동은 드라기 연정을 구성하는 핵심 정당이다.
전임 총리인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대표는 그동안 여러 정책 사안을 두고 드라기 총리와 각을 세워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사안을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작년 2월 주세페 콘테 전 총리(왼쪽)로부터 '내각 이양'을 상징하는 종을 건네받는 드라기 신임 총리 |
콘테 대표가 미국·유럽연합(EU)과 보조를 맞추려는 드라기 총리의 입장에 반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이 문제는 오성운동의 얼굴로 통하던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 탈당 사태의 단초가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무소속인 드라기 총리가 오성운동 창당인이자 지금도 여전히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페 그릴로 전 대표에게 콘테 대표의 축출을 요청했다는 설이 퍼지며 양측의 불화는 더 깊어졌다.
총리실은 즉각 이를 부인했으나, 콘테 대표는 총리의 '내정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며 후속 대응에 나설 태세다.
콘테 대표가 29일 예고 없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동안 면담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정의 의회 과반이 무너지며 정국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마타렐라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혹은 총리 교체 및 새 내각 구성 등의 결정권을 쥔다.
오성운동이 드라기 내각에서 이탈하더라도 당장은 의회 과반 유지에 지장은 없지만 그만큼 내각의 기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의 지방선거 패배로 자존심을 구긴 극우당 동맹(Lega) 당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9월 연정에 남을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연정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계에서는 일단 드라기 총리가 30일 내각회의 전후로 콘테 대표를 만나 화해를 모색할지에 시선을 두고 있다.
드라기 총리는 마드리드를 떠나기에 앞서 30일 중 콘테 대표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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