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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중장년, 갭이어를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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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중장년 강의를 했다. 야간 수업이었음에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메모를 하며, 예리한 질문을 쏟아내는 참가자들과 마주하니 없던 힘도 솟았다. 강의 후 한 남성분께서 ‘이런 교육을 5년 전쯤 미리 받았더라면 정말 좋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장시간 운전에 2시간을 꼬박 서서 강의하느라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경향신문

남경아 <50플러스세대> 저자


며칠 전 ‘경기도지사 청년정책 1호는 청년 갭이어(Gap year)’라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여러 청년 정책 중 갭이어를 가장 우선으로 발표한 것이 신선했는데, 한편으로는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왜 중장년 갭이어에 대한 논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갭이어(Gap Year)’는 학업이나 일을 잠시 멈추고 봉사, 교육,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자기주도적인 진로탐색의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갭이어 시범사업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지자체를 중심으로 20대 청년 일부를 대상으로 단편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갭이어가 단순히 청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생애전환기에 해당되는 50플러스 세대에게 갭이어는 옵션이 아닌 필수라 생각한다.

일찍이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평균수명의 연장은 어마어마한 혁명이다. 사회구조 변혁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백년을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대책이 없을 수 있나”라고 개탄하며, “우린 그동안 대학까지 16년 정도 공부한 것으로 60세까지 버텼다. 백세시대 중년기에는 자기의 삶과 인생을 성찰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정신분석가 카를 융은 중년기를 인생의 전환점이자 위기의 시기로 보고, 이 중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고유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백세시대에는 그 절반쯤 되는 시기에 한 번 더 의무교육과정 같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간 우리 사회 중장년 지원 정책도 조금씩 진일보 중이지만, 아직은 과도기적 단계인 것 같다. 중장년 사업의 정체성이 모호한 가운데, 대부분 단기 교육 중심의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욕구와 경험을 가진 중장년층을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좀 더 적극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의무화했듯이, 중장년 갭이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일부 직업군에만 존재하는 ‘안식년제’도 모든 직업군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또 OECD 국가 중 평균 퇴직 연령 50대 초반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기업들도 일종의 ‘퇴직준비휴가제’ 같은 선도적인 인사 제도를 도입하여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단순 교육과정을 넘어 인턴십, 지역 살아보기, 국내외 자원봉사활동 등 새로운 일자리와 활동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뒷받침되는 것은 기본이다.

생애전환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건지 미국의 ‘전미은퇴자협회(AARP)’ 관계자는 이를 ‘서커스의 공중그네 타는 것’으로 비유했을 정도다. 이 어려운 전환의 과정을 개인들에게만 맡겨둘 것인가? 백세시대, 50플러스 세대는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다. 모든 50플러스 세대에게 잠시 멈춤, 탐색할 시간을 허하라!

남경아 <50플러스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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