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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나토에 지목당한 중국 “유럽은 동반자, 적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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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략개념 ‘중국’ 명시에 반발

정상들, 러 동조하는 중국에

‘체제에 대한 도전’ 규정 예고

중 외교부 “가상의 적 만들어

대결하겠다는 냉전적 사고”


한겨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29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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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을 ‘체제 도전’으로 규정하려는 것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유럽까지 확실히 반대 세력으로 돌아설 경우 중국의 운신 폭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29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집중 논의했다. 나토는 전날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의 평화를 산산조각냈고, 에너지와 식량 위기를 일으켰으며,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뒤흔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나토는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나토의 새 전략 개념에서 중국을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할 것이라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8일 독일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다면적인 도전에 대해 분명한 방식으로 직접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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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28일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앞줄 오른쪽) 주최로 열린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 환영 만찬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과 함께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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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전략개념 문서는 가치와 목적, 임무와 함께 나토가 처한 안보적 도전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임무의 개요 등을 정하는 핵심 문서이다. 2010년 문서에서는 중국이 언급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잠재적인 전략 파트너’로 묘사됐다. 12년 만에 큰 전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앞서 주요 7개국(G7)은 지난 26일 독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해외 인프라 개발 사업인 일대일로에 맞서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에 2027년까지 6000억 달러(약 77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은 여러 외교 채널을 동원해 비판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8일 “중국과 유럽은 동반자이지, 적수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더 높은 수준의 개방형 경제 체제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유럽 사이에 존재하는 일부 불일치도 때로는 양쪽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관건은 유럽 쪽이 중국의 발전 방향을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도 “나토의 전략 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토의 소위 ‘전략 개념’ 문서의 정책적 함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나토의 이른바 새 전략 개념은 낡은 술을 새 병에 담는 것일 뿐이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진영 대결을 벌이겠다는 냉전적 사고에는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갈등을 피하지 않았지만, 유럽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2015년 중국은 헝가리를 시작으로 중동부 유럽(CEE) 16개국과 ‘일대일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다. 당시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유럽 16개국과 중국 간 정기협의체인 ‘16+1’ 정상회의를 꾸려 에너지·물류·인프라·금융 부문에서 협력 강화와 인적 교류에 합의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동조 등으로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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