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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건강보험 부과체계 9월부터 바뀐다는데…내 건강보험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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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9일 공개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의 핵심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방식을 소득 중심으로 바꾸고 직장가입자의 이자소득 등에 보험료를 매겨 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는 한편 고액 자산가의 ‘무임승차’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피부양자 보험료 부과기준을 강화키로 했다가 현행대로 유지한 점은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지만, 건보료 부담의 형평성 강화라는 본래 개편 추진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얼마나 줄까


경기도에 사는 A씨(62)는 혼자 철물점을 운영하며 한 달에 125만원(연 1500만원)의 사업 소득을 얻고 있다. 시가 1억2000만원 상당 자가에 살고 신형 아반떼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소득·재산·자동차에 따라 부과점수를 매겨 보험료를 산정한다. 1억2000만원 가량의 주택을 소유한 A씨는 재산보험료가 현재 5만5020원인데 4510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현재는 과세표준액에서 재산구간별로 500만~1350만원을 공제하고 보험료를 계산하는데, 개편 후엔 과세표준액이 얼마든 일괄적으로 5000만원을 공제한다. 시가 1억2000만원짜리 주택은 공시가격(70%)과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해 5042만원의 과세표준액이 산출되고, 여기서 5000만원을 공제한 42만원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계산한다.

A씨보다 싼 가격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재산보험료를 내지 않게 된다. 보증금 1억7000만원(과표 5100만원) 이하의 전세 세입자도 보험료를 아예 내지 않거나 4510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감소폭은 재산이 많을수록 작아지는데, 예를 들어 시가 10억(과표 4억2000만원) 상당 주택 소유자는 현행 15만5410원에서 15만70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자동차 건보료는 4000만원 이상 차량에만 부과하는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2000만~3000만원 상당의 아반떼를 보유한 A씨는 오는 9월부터 자동차 건보료를 아예 내지 않게 된다. 4000만원 이상 차량의 경우 보험료는 달라지지 않는다.

A씨는 당초 소득 등급에 따라 10.5%의 보험료율을 적용받아 소득보험료로 13만770원을 냈지만, 개편 후엔 직장가입자와 똑같이 보험료율 6.99%를 적용받아 8만7370원만 내면 된다. A씨보다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일수록 개편 후 경감율이 크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300만원(월 25만원)인 경우엔 현행 3만4490원(13.8%)에서 1만7480원(6.99%)으로 줄어든다. 반면 6.99%보다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받았던 종합소득 연 3860만원(월 322만원) 이상의 지역가입자는 소득 보험료율이 상승하게 된다.

경향신문

지역가입자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 보건복지부 제공


월급 말고 2000만원 소득 있는 직장가입자라면


월급으로 600만원을 받는 직장인 B씨(35)는 평소 주식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B씨는 주식으로 월급 외에도 연 2400만원의 추가 소득을 번다.


B씨는 당초 월급 외 소득이 3400만원 미만이라 월급 600만원에 대해서만 보험료 21만원을 냈다면, 개편 후엔 2000만원을 초과하는 이자·배당 소득 400만원에 대해 월 2만3300원((400만원÷12개월)×6.99%)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게 된다. 직장가입자의 이자·배당·사업 등 월급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이 연 3400만원 초과에서 연 2000만원 초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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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가입자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 보건복지부 제공


피부양자→지역가입자 전환 기준은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C씨(70)는 매달 200만원의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다. 보험설계사로 연간 432만원(월 36만원)의 사업소득을 추가로 벌고, 시가 2억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직장가입자의 부모나 배우자, 자녀이고 일정 소득· 재산 기준 아래면 피부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기준이 다소 느슨한 탓에 일정 소득이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고, 이번 개편에서 피부양자 인정 기준 중 소득 기준을 연 3400만원 이하에서 연 2000만원 이하로 강화했다.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C씨는 15만80원(소득보험료 9만5060원+재산보험료 5만5020원)의 보험료를 새로 내야 한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을 감안해 2025년까지 보험료를 한시 경감해준다. 따라서 C씨가 9월에 실제 납부하는 보험료는 15만80원에서 80% 경감된 3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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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기준 변경안. 보건복지부 제공


서울에 사는 D씨(75)는 은퇴 후 매월 9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10년 전부터 살아온 D씨 소유의 아파트는 최근 집값 상승으로 11억4000만원(공시가격 8억원) 상당이 됐다.


현재는 피부양자가 연 1000만원 초과 소득이 있으면서 재산 과세표준액이 5억4000만원(공시가격 9억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2017년 국회에서 합의한 개편안에선 이 과세표준액 기준을 3억6000만원(공시가격 6억원)으로 내릴 예정이었다. 당시 합의안에 따른다면 D씨는 연소득이 1080만원(90만원×12개월)이면서 주택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으므로 지역가입자 전환 대상이다. 하지만 4년 전에 비해 공시가격이 55.5% 오른 점을 고려해 정부가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D씨와 같이 공시가격 6억~9억원 사이의 집을 소유한 피부양자들은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무임승차를 줄이자는 게 부과체계 개편의 목적이었는데 현재 대상자의 98.5%가 자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재산보험료 기준은 부동산 가격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겠지만 경감조치까지 해주는 건 정책 추진이 퇴보한 것이자 특혜”라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 영향은


이번 개편 후에도 피부양자는 여전히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다. 2단계 개편으로 연간 2조800억원의 재정 소요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은 저출생으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고령화에 보장성 강화로 급여 대상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균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2017년부터 준비하면서 재정 여건을 감안, 예측 범위 내에서 시행이 가능하다”면서 “건강보험은 국민연금이나 장기보험과 달리 단기보험이기 때문에 수익·지출에 따라 재정 운영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이용량 감소라든지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운영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가입자의 보험료와 정부 지원이 주요 수입원이다. 정부는 매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최근 4년간 13~14%대에 머무르고 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매해 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올리고 있는데, 국고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면서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 조정으로 242만세대가 월평균 4000원 보험료가 오르는데, 저소득층은 이마저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개편안에 빠져 있는 건강보험료 상한액을 없애거나 높여서 소득, 재산이 월등히 많은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식의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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