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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전방위서 ‘한상혁 찍어내기’…“MB정부 언론장악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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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여당 “사퇴하라” 압박

검찰은 2년전 고발 사건 조사

감사원, 이례적 정기감사 방침

“사퇴요구 자체가 방통위법 위반” 지적


한겨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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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일부 보수 언론과 여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2년 전 보수 단체가 한 위원장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고, 감사원은 방통위 감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언론·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현 정부가 과거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권력기관과 보수 단체 등을 끌어들여 언론 장악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 위원장 ‘찍어내기’ 논란


한상혁 위원장 ‘찍어내기’의 신호탄은 <조선일보>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함께 쏘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달째인 지난 9일 조선일보가 한 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기관장’들 사이에서 ‘버티기 기류가 감지된다’고 보도하자, 권 원내대표가 뒤를 이어 가세했다. 그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을 가리켜 “대통령이 바뀌었으면 국정과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물러나는 게 맞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박성중·황보승희·허은아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날 단체 성명을 통해 한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한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한 위원장 고발 사건을 2년 만에 꺼내들었다.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16일, 서울남부지검은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라는 이름의 단체가 2020년 8월 한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기준 점수를 넘긴 <채널에이(A)>의 재승인을 의결하지 않고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발인 주장이었다.

한 위원장이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힌 직후인 21일엔 방통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착수 방침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올해 예정된 정기감사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24일 <한겨레>와 만나 “방통위도 감사 대상 기관이기는 하지만 특정감사도 아닌 정기감사를 이렇게 전격적으로 실시한다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7일엔 보수 성향인 한국방송(KBS) 노동조합과 문화방송(MBC) 노동조합도 한 위원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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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퇴의 이유’, 설득력 떨어져


언론·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학계 등에서는 야당과 보수 단체가 한 위원장의 사퇴 이유로 내세우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위원장에 대해 “국정과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방통위의 올해 업무계획과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는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미디어 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공영방송의 재허가 제도를 대체하는 협약제도 도입’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미디어 산업 규제 혁신’ 등을 제시했다. 이는 방통위의 2022년 업무계획에 대부분 담긴 내용들이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발표한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과 지배구조 개선 등 공영방송 정책,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소유제한 완화와 방송광고·편성·심의 규제 혁신 등 규제 완화 정책은 5기 방통위의 정책과제와 거의 동일하다”며 “정부가 약속한 미디어 산업 관련 규제 완화의 흐름대로 이미 방통위가 나아가고 있는데 ‘정책기조가 맞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단체가 문제 삼는 종편 재승인 보류 의혹은 종편 쪽의 입장만 반영한 주장에 그친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법세련 쪽에서는 2020년 3월 방통위가 채널에이에 대한 재승인을 심사 과정에서 ‘보류’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데, 외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주요 언론단체들은 방통위가 취재 윤리 위반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채널에이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한 것이 정치적 고려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 사퇴 요구 자체가 방통위법 위반 주장도


미디어 전문가들은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합의제 독립기관의 기관장을 임기와 관계없이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것 자체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정부·여당은 법이 정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원장이 위원회를 대표하기는 하지만 위원회 운영은 여야가 3 대 2 구도로 추천한 5명의 위원 합의제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한 위원장을 흔드는 쪽에서는 위원장 한명을 바꿔 3 대 2 구도를 뒤집으면 (다수 위원을 대표하는) 위원장 마음대로 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의 성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김 교수는 “한 위원장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도 방통위법의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을 지낸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는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기에 합의제 독립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비록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이미 정해진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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