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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고물가·환율·금리에 전기료·최저임금까지…재계, 5중고에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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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기업의 경영 시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물가와 환율 그리고 금리까지 치솟으며 이른바 3고(高) 부담이 가중되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선 전기요금 및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기업들로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경쟁력 약화에 직면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올해 3분기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됐다. 앞서 한전은 지난 27일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 수준인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키로 결정했다.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이지만 누적되는 한전의 적자를 감안, 제도 개편을 통해 1년치 최대 인상폭인 5원까지 올리게 된 것이다. 한전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올해 1분기 약 7조8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 가중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국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9만1333GWh(기가와트시, 100만kWh)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1kWh당 전기요금이 5원 늘게 되면 국내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이 약 1조5000억 원 추가된다. 그만큼 기업들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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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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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열처리 분야 등 일부 업종에서는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차지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기료 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한전이 정부에 제출한 올해 3분기 조정단가는 kWh당 33.6원이었다. 적자를 줄이려면 그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발표에 우려를 표한다"며 "한전의 누적 적자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지도 관심이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가운데 18.9%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동결을 고수하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9160원이므로, 노동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890원이 된다.

이와 관련,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경제는 비상상황이다"라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더해 세계 경기침체 우려까지 직면하면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자리를 찾거나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고용의 주체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모두를 위해 최저임금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우리의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임금의 62%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는 만큼, 반드시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보면, 내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나아가 노동계에서 요구하는대로 최저임금을 1만890원까지 올릴 경우 최대 3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난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영세 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충격이 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게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기업 지불능력 고려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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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3분기 기업 체감경기가 가파른 물가와 환율 상승세로 인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 2분기(96)보다 17포인트 감소한 79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 측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과 13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 안정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고물가가 지속되면 국내 소비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상반기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적 부진을 체감하고 있었다. 올 상반기 실적(영업이익)이 올해 초 예상치에 미달할 것으로 답한 기업이 54.9%,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본 기업은 3.8%였다.

상반기 실적이 올해 초 계획에 미달했다고 응답한 기업들 열 곳 중 여섯 곳(62.6%)이 올 하반기 가장 우려하는 대내외 리스크로 '물가·환율 변동성 지속'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소비 위축'(52.3%), '공급망 병목 지속'(30.6%), '자금 조달 여건 악화'(20.9%),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불안'(19.8%) 등의 순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고물가, 고환율 등 고비용 압박을 받고 있어 내수와 수출 모두 침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가 큰 업종을 대상으로 원자재가 안정, 세제 개선·지원, 수출금융 및 물류비 지원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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