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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명 사망…38도 폭염 텍사스, ‘밀입국 트레일러’ 물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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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샌앤토니오서…어린이 4명 포함16명 생존

중남미인 추정…수천달러에 ‘죽음의 트레일러’ 탄듯


한겨레

27일 46명이 숨진 채 발견된 미국 텍사스주 샌앤토니오 현장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샌앤토니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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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밀입국한 것으로 보이는 중남미 출신자 46명이 트레일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은 이들이 트레일러에 숨어 이동하다 숨이 끊어져서야 밖으로 나오는 참변이 또 발생한 것이다.

<시엔엔>(CNN)은 27일 저녁(현지시각) 멕시코와 가까운 텍사스주 샌앤토니오의 도로에 세워진 트레일러에서 4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생존한 채 발견된 성인 12명과 어린이 4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열사병과 탈진 증상을 보이는 생존자들 중 일부는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처 건물에서 일하던 시민이 이날 저녁 6시께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를 듣고 트레일러에 접근하면서 참상이 알려졌다. 소방대는 트레일러 안에는 물도 없고 에어컨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날 샌앤토니오 지역은 기온이 섭씨 38도가 넘었다. 사망자들이 누구이고, 어떤 경위로 트레일러에 몸을 실었는지, 사인이 무엇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당국은 중남미 출신자들이 밀입국을 시도하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트레일러 안에서 희생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외무부는 병원으로 옮겨진 이들 중에 과테말라인 2명이 있다고 밝혔다.

론 니런버그 샌앤토니오 시장은 기자들에게 “끔찍한 비극”이라며 “거기에는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는 46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니런버그 시장은 “이들은 아마도 더 나은 삶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사고 배경에 밀입국 알선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현지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3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이주자들이 희생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에는 텍사스주 남부에서 트레일러로 이동하던 17명이 과열로 목숨을 잃었다. 2017년에는 샌앤토니오에서 200여명이 음식과 물도 없이 트레일러를 꽉 채우고 이동하다 10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으로 가려는 이들을 태운 트럭이 멕시코 남부에서 다리를 들이받고 뒤집어져 54명이 숨졌다. 2019년에는 영국 남부에서 주차된 트레일러에서 베트남인 3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의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밀입국자들이 트레일러에 몸을 숨겨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브로커들에게 수천달러씩 주고 트레일러를 꽉 채워 이동하는 이들은 열기와 산소 부족 등으로 목숨을 내맡긴 채 먼길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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