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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 “학교 코치의 경기 뒤 공개 기도는 종교 자유”…정교분리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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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대법원이 워싱턴주 공립 고교 미식축구팀 코치의 경기 후 공개 기도는 종교의 자유라고 판결한 2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대법원 앞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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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공립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코치가 경기 뒤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의 미 대법원이 지난주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가 헌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판결한 데 이어 공립학교에서 유지돼 온 정교분리 관행까지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대법원은 이날 조 케네디 워싱턴주 브레머튼 고교 미식축구팀 코치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서 공개적으로 기도를 하는 행위가 제약을 받자 제기한 소송에서 6 대 3으로 케네디의 손을 들어줬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다수 의견을 대변한 판결문에서 케네디의 기도는 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된다면서 “종교적 표현에 대한 존중은 그 표현이 성역에서 열리든, 경기장에서 열리든, 그 표현이 말로써 이뤄지든, 머리를 숙이는 것이든 자유롭고 다양한 공화국의 삶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소수 의견에서 케네디는 계속해서 항생들을 기도에 동참하도록 권유했다면서 종교의 자유보다는 정교분리 위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인 케네디는 브레머튼 고교 미식축구팀 코치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한복판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2008년부터 코치로 활동한 그는 처음에는 혼자 기도를 했지만 이후 학생들도 동참했다.

이 장면이 회자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기도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항의했고, 교육 당국은 케네디에게 코치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는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위계 상 우월한 위치에 있는 코치가 공개적으로 기도를 하면 학생들이 동참 압박을 느끼도록 할 수 있으며 이는 국가와 교회를 분리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미 대법원은 1963년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공립학교 주관행사에서 기독교식 기도를 하거나 성경을 가르치는 것은 정교분리에 어긋난다면서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케네디는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고, 2015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케네디는 “수정헌법 1조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면서 학교 측의 조치가 이를 위반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의 대법원이 앞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공공장소에서 권총 소지를 제한하는 것은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데 이어 더욱 적극적으로 보수적인 판결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1일 주 정부가 수업료 지원 프로그램에서 종교색을 띤 학교를 배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미국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보다 종교의 자유를 더욱 중시하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공립학교에서 종교활동이 기존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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