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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약 1인당 3개 제한…미국 온라인에선 품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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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임신중지권 폐기]

CVS·월마트 물량 부족에 판매 제한 조처

온라인 유통 채널에선 품절 사태도 발생

‘피임권도 위험’ 인식에 사재기 현상도

대법원은 헌법 규정 정교분리 약화 판결


한겨레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플로리다국제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임신중지권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15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마이애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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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권리로서의 임신중지권을 부정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뒤 사후피임약 품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즉시 10여개 주가 임신중지를 불법화한 가운데 처방전이 필요없는 사후피임약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형 의약품 유통 체인인 시브이에스(CVS)와 유통 체인 월마트가 사후피임약 판매 제한에 들어갔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브이에스는 개인당 판매 수량을 3개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이번주 안에 받을 수 있는 주문은 수량이 4~6개로 제한된다.

판매 제한 조처는 수요 증가로 재고가 달리는 데다, 이날 아침부터 주요 온라인 유통 채널들에서 품절 사태마저 벌어졌기 때문에 나온 조처다. 10여개 주가 대법원 판결 뒤 즉각적으로 임신중지 불법화에 들어가면서 사후피임약을 찾는 이들이 늘고, 일부에서는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할 때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덧붙인 의견이다. 보수적 대법관 진용에서도 한층 더 보수적인 토머스 대법관은 동성 성관계 등에 관한 판례 등 대법원이 사생활의 권리 보장을 이유로 내놓은 판례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결혼한 부부의 피임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한 1965년 ‘그리스월드 대 코네티컷주’ 판례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대법원이 ‘로 앤 웨이드’ 판례를 깨는 판결 초고를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달 초부터 사후피임약 판매는 이미 증가세에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이날 사후피임약은 유통기한이 있다며, 긴급히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사재기를 자제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임신중지를 불법화한 주들을 상대로 한 법정 다툼도 본격화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법원은 임신중지 관련 병원이 ‘주정부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 시행에 들어갔다’며 낸 소송과 관련해 이날 임신중지 금지법 시행을 일단 중단시켰다. 유타주 법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경기 뒤 운동장에서 반복적으로 기도를 올리다 일을 그만둔 전 워싱턴주 고등학교 풋볼 코치가 교육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6 대 3 의견으로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 코치는 경기가 끝나면 운동장 한복판에서 다른 팀 선수들까지 모아서 기도를 반복하다 경고를 받았고, 인사평가가 저조하게 나오자 재계약을 시도하지 않고 소송을 냈다. 다수의견은 그의 행위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헌법의 국교 금지 조항에 따라 정교분리를 판례로 뒷받침해온 대법원의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와 법원은 학교 등 공공 영역에서 특정 종교를 내세우거나 권유하는 것을 위헌적 행위로 판단해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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