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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360종 ‘홀로그램 새’ 있다…“모든 새 합친 것보다 컬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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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가장 아름다운 새’ 벌새의 경이

사람이 못 보는 색깔 스펙트럼 보며

자외선+다른 색조 섞어 다양한 빛깔 내

벌새 색 합치면 모든 새 깃털색 56%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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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보이는 다양한 형광을 낸다. 꿀을 빨기 위해 정지 비행하는 벌새의 일종.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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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벌처럼 붕붕거리며 정지 비행하는 화려한 빛깔의 벌새를 발견한다면 비로소 아메리카 대륙에 여행 왔음을 실감할 것이다. 열대지방의 새는 깃털이 화려하다. 동남아의 극락조나 멕시코의 케첼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새다.

그러나 새 무리 가운데 360여 종으로 이뤄진 벌새는 깃털의 다양한 색깔이라는 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라고 할 만하다. 벌새 깃털이 내는 색깔은 다른 모든 새의 다양한 색깔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다채롭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처드 프럼 미국 예일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벌새 114종의 깃털 1600점의 반사광 파장을 측정해 펭귄, 앵무 등 다른 새 111종의 깃털과 비교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프럼 교수는 “벌새가 다채롭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다른 새를 모두 합친 것에 필적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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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헤켈이 1899년 발간한 책 ‘자연의 예술적 형상’에 나오는 다양한 벌새의 도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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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깃털이 아름다운 건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새들은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색깔로 성적, 사회적 소통을 한다. 이처럼 색깔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들의 색깔 세계는 사람보다 훨씬 다채롭다. 메리 스토다드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학자는 “사람은 새에 견주면 색맹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는 사람이 보는 색깔을 모두 볼 뿐만 아니라 사람이 보지 못하는 색도 볼 수 있다. 새의 망막에는 빨강, 초록, 파랑 그리고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보라색을 감지하는 4가지 원추세포가 있다. 프럼 교수는 “새들은 사람이 못 보는 자외선뿐 아니라 자외선과 다른 색조의 혼합물, 예컨대 자외선-노랑, 자외선-초록 같은 색깔도 본다. 이들은 노랑과 초록과는 다른 색깔이다. 벌새는 다른 새보다 이런 조합을 더 많이 이용해 다양한 색깔을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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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날개 깃털의 미세구조. 라파엘 마이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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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깃털을 여러 가지 색의 염료로 물들이는 게 아니라 깃털의 미세구조를 이용해 다양한 색깔을 낸다. 특정한 색을 반사하는 구조를 깃털 내 특수한 단백질이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자연적으로 만들기 힘든 파란색을 파랑새나 어치 등은 이런 깃털 구조로 만들어 낸다.

연구자들은 깃털의 미세구조를 이용한 색깔 형성의 대표적 예가 형광이며 벌새는 이 분야의 ‘달인’이라고 밝혔다. 비눗방울은 무색이지만 재주껏 얇고 크게 불면 무지개색을 띤다. 마찬가지로 꿩이나 오리, 비둘기 등은 깃털의 미세구조가 백색광을 쪼개 보는 각도에 따라 무지갯빛 스펙트럼으로 보이게 한다.

연구자들은 벌새가 내는 색깔을 합치면 알려진 모든 새의 깃털 색깔이 56%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람 눈에는 안 보이지만 새들의 깃털 가운데 벌새의 깃털이 보이는 강렬한 파랑, 파랑-초록, 짙은 자주색 등은 다른 새에서 볼 수 없고 이것이 전체 새 색깔의 절반을 넘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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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의 다채로운 깃털 색깔은 깃털 줄기에서 뻗은 가지 깃의 나노구조에서 발현된다. 글렌 바틀리(a∼f), 윌리엄 퀴세노(g), 존 카힐(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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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벌새가 짝짓기 과시와 사회적 상호작용 때 많이 보이는 머리꼭대기와 목에 이런 색깔이 많이 드러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렇게 만드는 깃털의 미묘한 색깔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벌새는 다양한 동작으로 색깔을 연출해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럼 교수는 “벌새는 한 마리만 보더라도 엄청 예쁘다. 하지만 다재다능한 (가지 깃의) 광학 구조와 복잡한 성적 과시가 결합해 벌새는 모든 새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새 과(科)를 이룬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Communications Biology, DOI: 10.1038/s42003-022-03518-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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