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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건강수명 73.1살…70대 되면 왜 갑자기 노쇠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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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줄기세포 돌연변이 누적…세포 간 생산력 차이 극대화

2만~20만 세포 혈액생산…70살뒤 10~20개가 절반 도맡아

혈액구성 다양성 사라져 급속 노화…‘네이처’에 연구 실려


한겨레

70대 이후 혈액세포의 다양성이 약해지며 급속히 노화가 진행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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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 연구자들은 노화를 자동차 연료저장탱크의 연료가 점차 줄어드는 것에 비유해 설명하곤 한다. 연료가 바닥을 드러내면 자동차가 더는 가지 못하듯, 노화가 한계에 다다르면 삶도 멈추게 된다.

통계청의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현재 83.5살이다. 남자가 80.5살, 여자가 86.5살로 남녀간 6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73.1살로 10년 정도 짧다. 건강수명에서도 여자 74.7살, 남자 71.3살로 여자가 3.4년 더 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도 80.5살, 70.3살로 10년 차이가 난다.

70대는 사람의 일생에서 신체 기능이 크게 약해지는 분기점과도 같은 시기다. 뼈와 근육 소실로 키와 힘, 체중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국제과학커뮤니티 ‘인텍오픈’(InTechOpen)이 노화 관련 연구 결과들을 모아 출판한 ‘노인학’ 교본을 보면 40대 이후 키는 10년마다 약 1cm씩 줄어들다가 70대에 들어서면 그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다. 근력은 60살 이후 연간 3%까지 감소한다. 따라서 가벼운 낙상 사고에도 심한 부상이나 골절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의 기능도 약해져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매 등의 만성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나이가 70대다.

미국의 경우 75살 이상 남성의 약 절반, 여성의 40%가 청력 장애를 경험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의학저널 ‘랜싯’ 등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치매에 걸릴 확률은 65살 이후 5년마다 두배로 늘어난다.

사람들이 70대가 된 후 갑자기 몸이 노쇠해지는 이유를 세포 차원에서 규명한 연구 논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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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개 줄기세포가 전체 혈구 생산의 절반 장악


영국의 생명과학연구기관인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 연구진은 일생에 걸쳐 혈액 줄기세포에 서서히 축적된 유전적 돌연변이가 70살 이후 혈액 생산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혈액세포의 다양성이 약해진 것이 70대 이후 급격한 노화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이 노인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구진은 신생아에서 81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실험참가자 10명의 골수를 기증받아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혈액세포(적혈구, 백혈구)가 생성되는 과정을 집중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들로부터 채취한 혈액 줄기세포 3579개의 전게놈을 해독하고, 그 속에 포함된 모든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이어 이에 기반해 각 개인의 혈액 줄기세포 가계도를 재구성해, 혈액세포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사람의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혈액 줄기세포의 가계도가 70대 이후 크게 변한다는 걸 알아냈다. 65살 미만 성인들의 혈액세포는 2만~20만개에 이르는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졌다. 각 줄기세포가 만들어내는 혈액세포의 양은 엇비슷했다.

반면 70살 이상의 노인들은 줄기세포에서 만들어내는 세포의 양이 균일하지가 않았다. 10~20개의 줄기세포가 전체 혈액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졌다.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왕성한 활동력을 갖춘 줄기세포 숫자가 점차 늘었다.

이는 운전자 돌연변이(driver mutations)라고 불리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한 하위유형이다.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도 이 유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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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노화의 원인을 알았으니 해법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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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증식과정에서 질 나쁜 혈액세포 양산


생어연구소 수석연구원 에밀리 미첼 박사는 운전자 돌연변이의 증가가 혈액세포의 다양성을 잠식하고, 이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떤 돌연변이가 더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줄기세포 돌연변이는 무해하지만 일부 ‘운전자 돌연변이’는 줄기세포를 더 빨리 자라게 하고, 결국 질 나쁜 혈구를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30~40대에는 이런 돌연변이 줄기세포의 영향력이 적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줄기세포의 종류가 줄어들면서 70대 이후엔 돌연변이가 혈액세포의 생산력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피터 캠벨 박사는 “돌연변이 세포의 기하급수적 증식은 왜 70살 이후에 노쇠가 급격히 진행되는지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자라는 혈액 줄기세포는 혈액암이나 빈혈과 관련이 있을뿐 아니라 병원체 감염에서의 회복도 더디게 하고 화학요법과 같은 치료 효과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엘리사 로렌티 웰컴-MRC 케임브리지 줄기세포 연구소 교수는 일간 ‘가디언’에 “만성 염증이나 흡연, 감염, 화학요법이 모두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줄기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며 “이는 노화와 관련한 혈액 줄기세포의 다양성 감소를 앞당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원인을 알았으니 앞으로 이 과정을 늦추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 돌연변이 누적에 따른 급속한 노화는 다른 장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피부에서도 같은 방식의 연구를 통해 노화로 인해 주름이 늘어나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이유를 규명할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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