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대유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이던 2019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평균자책점(ERA) 1위에 올랐다.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82⅔이닝 동안 47자책점만 허용하며 경기당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 제이컵 디그롬(2.43·뉴욕 메츠)을 따돌리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시즌 도중 한 차례 '기록 정정'이 없었다면 타이틀을 놓고 막판까지 디그롬과 아슬아슬한 경쟁을 펼칠뻔했다.
2019년 7월 15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2실점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기록 이의 신청'을 제기해 1회초 2실점 한 과정에 발생한 내야안타를 야수 실책으로 수정받았다.
이에 따라 류현진의 당일 등판 기록은 7이닝 동안 7피안타였고 2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으로 정정됐다.
내야안타가 실책으로 수정되지 않았다면 류현진의 2019시즌 최종 ERA는 2.41로 올라갔을 것이다.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2020시즌에도 한 차례 기록 정정으로 평균자책점을 내린 바 있다.
2019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류현진. |
메이저리그에서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기록 정정'이 KBO리그에서는 지난해까지 제도 자체가 없었다.
심판 판정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번복할 수 있지만 공식 기록원이 내린 안타와 실책 판정은 한번 결정되면 아예 바꿀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던 양준혁과 이병규 등도 현역시절 공식 기록원의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KBO가 지난달부터 갑자기 선수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 '기록 정정'을 하기로 했다.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린 미디어데이 당시 선수들의 요청을 받고 짧은 기간 검토를 거쳐 시행한 것이다.
결과는 제법 고무적이다.
5월 17일부터 40여 일 남짓한 기간에 총 23건의 이의 신청이 들어왔다.
23건의 이의 신청 중 공식 기록이 정정된 것은 단 1건뿐이었다.
LG 트윈스의 불펜 투수 김대유가 제기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안타가 실책으로 수정돼 그의 자책점도 줄었다.
대신 팀 동료인 2루수 손호영의 실책은 1개 늘었다.
2022시즌 미디어데이 |
KBO리그는 기록 정정에 앞서 2017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판독실을 구축하고 심판 판정을 정정할 수 있는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비디오 판독 시행을 앞두고 여러 가지 우려 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리그 운영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감독들의 거친 항의가 상당히 줄었고 심판도 오심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었다.
올 시즌은 27일까지 비디오판독 요청이 총 456회 발생해 110번 심판 판정이 번복됐다. 번복률은 24.1%다.
기록 판정의 번복률은 이제 4.3%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록 정정'은 선수들에게 권리를 회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심판의 판정은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록원의 판정은 선수의 개인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 |
지금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감독 고문을 맡은 김성근 전 감독의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다.
화살이 하나만 있고 둘은 없다는 고사성어 '일시이무(一矢二無)'에서 따온 말로 공 하나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프로 선수에게 공 하나, 스윙 한 번은 그만큼 소중한 기회다.
KBO가 시즌 중 급하게 도입하긴 했지만 '기록 정정'이 선수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창구라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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