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품질 관리 '국가출하 승인'되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대상 접종 가능해져
WHO 긴급사용목록 등재·각국 허가 거쳐 수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자문단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품목 허가' 의견을 내면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이 백신을 시중에서 접종하기까지 남은 절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식약처에 따르면, 식약처의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스카이코비원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논의한 결과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품목허가란 '의약품을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다.
3중 자문의 마지막 관문 '최종점검위원회' 예정
식약처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허가심사 절차. 그래픽=김문중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식약처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허가·심사를 위해 코로나19 백신 ①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②중앙약사심의위원회, ③최종점검위원회로 이어지는 외부 전문가의 '3중' 자문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점검위에선 앞선 자문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최종점검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열릴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종점검위 일정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종점검위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식약처는 같은 날 품목 허가를 할 수 있다. 다만 추가로 논의할 이슈가 발견되면 최종점검위가 미뤄지고, 허가 역시 늦어진다.
허가를 마친 백신이 실제 시중에 풀리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국가 출하승인이다. 이는 생물의약품이 유통되기 전 국가가 제품의 품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제도다. 식약처는 고시를 통해 백신이나 혈장분획제제, 항독소, 보툴리눔제제 및 튜베르쿨린 제제를 국가출하승인의약품으로 정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①제조사가 국가 출하 승인을 신청하면 ②식약처는 검정 시험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고 ③검정 시험 및 제조, 품질관리요약서를 검토한 뒤 ④시중에 유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출하승인 적합' 판정을 내리고 ⑤제조사는 백신을 출하 및 시판하게 된다. 만약 검정시험 결과 ④시중에 유통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식약처는 부적합·반려 판정을 내리고 ⑤제조사는 백신을 폐기해야 한다.
지난해 '신속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 6개 품목의 전례를 볼 때, 스카이코비원 역시 신속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백신은 같은 해 3월 제정된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17조에 따라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됐었다.
이처럼 스카이코비원이 국가출하 승인을 받으면, 마침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해진다. 그럴 경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는 연내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2월 개발 시작, 2년 4개월 만 허가 초읽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재용 사장과 SK디스커버리 최창원 부회장이 미국 시애틀에 있는 빌앤드멀린다 게이츠재단을 방문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5월 17일 밝혔다. 왼쪽부터 SK디스커버리 최창원 부회장, 게이츠재단의 트레버 먼델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카이코비원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MGF)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으로부터 개발비 지원을 받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주축으로 글로벌 기구 및 기업들이 개발 중인 합성항원 방식의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명에 "대한민국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으로서 글로벌 백신 시장을 선도하는 '유일한(one)' 백신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스카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브랜드 네임'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백신은 스카이 셀플루 등 '스카이'로 시작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 임상 1·2상에 착수, 지난해 8월 임상 3상에 들어갔다. 보통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년 정도 걸리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확산 직후 미국 워싱턴대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의 항원 기술과 GSK의 면역증강제 AS03를 적용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개발에 속도를 냈다. 식약처 역시 팬데믹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임상 1·2상과 3상을 신속하게 승인했다.
스카이코비원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면, 한국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안전성 우려'로 백신 접종을 미룬 국민들도 새로운 백신 선택권을 갖게 된다. 화이자 등 일부 코로나19 백신은 팬데믹의 긴급한 사정으로 인해 임상 2상까지만 진행한 채 품목 허가를 받았고, 나중에 임상 3상을 진행했다.
CEPI 지원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수출 위해 남은 절차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 타임라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글로벌 공급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또 수출을 위해 조만간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에 백신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WHO가 저개발국 등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국가별 백신 허가도 필요하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