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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00살 한국 경마, 메타버스와 결합해 고부가 산업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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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리=정혁수 기자,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사진=이기범 기자] [머투초대석]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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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인터뷰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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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국마사회에는 새로운 부서가 하나 생겼다. 디지털혁신성장본부 소속인 미래사업부다. 다른 부서와 달리 소속 직원 모두 입사 10년차 미만으로 끼많고, 재능있는 인재들로만 채워졌다. 선발도 임의배치가 아닌 공모로 진행돼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신사업 발굴이다. 올 해로 경마시행 100년을 맞는 마사회의 빅데이터(경마,수의,고객, 말생산 및 육성 등)를 원천으로 해 이를 게임업계 등 타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정기환(59) 한국마사회장은 "올해가 경마 100년인데 우리에게는 그 기간동안 경마나 축산, 수의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축적된 엄청난 데이터(Data)가 있다"며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마사회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대체불가토큰) 등 다양한 수단과 결합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은 정 회장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경마 선진화는 결국 경마 산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규제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 년째 진전을 못보고 있는 온라인마권 발매 문제도 그렇다. 종교적 이유로 베팅을 하지 않는 중동 일부 국가(UAE 등)를 제외한 모든 경마시행국에서 도입한 제도이지만 한국만 이를 허용치 않고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임 4개월을 맞는 정기환 회장을 이달 22일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회장실에서 만나 그가 구상하고 있는 마사회 비전과 발전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말산업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서울에 승마장이 1곳(뚝섬승마장)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다행히 코로나19로 중단된 경마가 최근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빠른 경영정상화와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국민 행복증진에 이바지하는 한국마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하신 지 4개월이 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바쁜 나날이었던 것 같다.

▶제 인생 대부분을 농업과 농촌분야 발전을 위해 일해 왔다. 또 한국마사회 상임감사를 역임하며 그 누구보다 경마 및 말산업, 농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마사회는 지난 몇 년간 CEO(최고경영자) 리스크 등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경마매출 급감에 따른 말산업 전반의 위축 등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리더의 역할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거다. 임직원, 유관단체와 함께 마사회를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변모시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만들어 가겠다.

- 올해 한국경마 100년을 맞아 2037년까지 말산업 5대강국 진입을 선언했다. 이에 대한 계획과 준비상황은.

▶지난 5월 '새로운 100년 비전'과 이를 위한 4대 전략과제를 발표했다. 한국경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 서비스로의 전환과 함께 신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즈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유소년 승마 활성화 등 말산업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동물복지 문화 정착에도 앞장서 나가겠다. 또 국민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소통채널을 다변화하고 공공데이터를 적극 개방해 민간 생태계의 경쟁력 제고를 견인할 작정이다. 이를 위해 사내 조직을 정비했고,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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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인터뷰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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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조직내 갈등이 적지 않았다. 획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조직내 갈등은 어디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오히려 갈등은 변화와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신뢰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본다. 회장 취임 이후 외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수평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조직내 세대·직종간 활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더불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와 성과보상을 통해 활기찬 조직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마 정상화를 통한 말산업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일 것 같다.

▶경마가 시행되지 못하면서 최근 2년간 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고 이로인해 말산업 전반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말산업의 재원인 경마가 정상화돼야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신규 고객 마케팅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2019년 이후 3년만에 첫 흑자전환을 반드시 실현토록 하겠다. 또 말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학생승마를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편입시키는 등 민간에서의 승마활성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 온라인 마권 발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크지만 제도 도입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이 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경마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마권발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현재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계류중에 있다. 문제는 사행성 확산에 대한 우려로 마사회는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규제하는 매출총량을 철저히 준수할 계획이며 사행성 방지를 위한 관련 시스템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청소년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본인인증시스템 도입, 과몰입 예방시스템 구축, 온라인 구매상환 금액 축소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 2021년 닉스고(Knicks Go)가 세계랭킹 1위 경주마에 오르면서 마사회의 종마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경주마 육성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마사회는 지난 30년간 경주마 국산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현재 국산마 자급율이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를 통해 매년 270여개의 농가에서 350억원 규모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닉스고'는 마사회에서 자체 개발한 유전자분석 기술을 통해 발굴한 경주마로 축구와 비교하면 월드클래스인 손흥민 선수와 비견될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앞으로 유전자 분석기술을 더 고도화해 제2, 제3의 닉스고를 배출함으로써 우수 국산마를 해외로 수출하는 국가로 발돋움해 나가겠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가 600만 가구를 돌파했다. '반려마 시대'를 대비한 계획은.

▶말은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최고의 동물이다. 개와 고양이처럼 국민들이 말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농업정책과 연계, 시골마다 말 1~2마리씩을 배치해 전국 어디서나 말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농촌관광으로 유인해 나가겠다. 또 유소년 승마지원과 승마의 학교 정규 교육과정 도입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말에 친숙하고 승마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 말복지 가이드라인 수립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말복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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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인터뷰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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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정부는 농식품분야 청년농육성을 통한 일자리창출을 강조했다. 말산업 창업 활성화 계획이 있다면.

▶마사회는 2021년 대한민국 일자리 우수사례(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주관)에 선정됐고, 정부 공공데이터 실태평가에서 3년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을 정도로 일자리창출에 가장 최적화된 공기업이다. 지난 5월 말산업 창업 지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농식품부 지정 창업·벤처지원 기관인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다양한 청년창업 육성프로그램과 기술 상용화 등에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도 말산업분야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이를 활용한 산업계·학계·연구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

-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 가는 문제도 중요한 것 같다.

▶마사회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설정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중에 있다. 정기적으로 현장 안전수준을 점검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안전 신문고 운영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현장의 위험요인을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안전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제도 및 인프라 개선을 통해 경마장을 '중대재해 ZERO 사업장'으로 만들어 가겠다.

[프로필]

△1963년 전북 장수 △전라고 △가톨릭대 사회학과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 △국제 가톨릭농민회 국제연맹(FIMARC) 회장 △(사)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마사회 상임감사 △한국마사회 회장

정리=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ppark140@gmail.com, 사진=이기범 기자 leek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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