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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스티커 하나로 징역 10년… 러 여가수 “감옥서 성학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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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슈퍼마켓 가격표에 반전 스티커를 붙였다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러시아 가수 알렉산드라 스코칠렌코(31).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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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한 슈퍼마켓에서 반전(反戰) 스티커를 붙여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가수가 구치소 내에서 성추행을 비롯한 온갖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2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 지방법원은 허위 정보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알렉산드라 스코칠렌코(31)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앞서 스코칠렌코는 이 지역 한 슈퍼마켓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가격표 위에 붙였다가 체포됐다.

문제의 스티커에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400명이 숨어있는 마리우폴 예술학교를 폭격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행동 때문에 러시아 내 인플레이션이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당시 다른 손님이 이를 발견해 신고했고 경찰은 내부 CCTV 영상을 확인해 스코칠렌코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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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칠렌코가 슈퍼마켓 가격표 위에 부착한 반전 스티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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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검찰은 스코칠렌코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3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으로 칭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발표와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스코칠렌코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허위 정보 누설 혐의를 받았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스코칠렌코 측 변호인은 경찰 수사와 구치소 수감 과정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관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으며 한 교도관은 속옷 안에 손을 넣어 신체 일부를 만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구치소에 함께 머무는 다른 수감자들에게도 화장실을 못 가게 하거나 종일 서 있게 하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학대 행위로 인해 난소 낭종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스코칠렌코 측은 “교정 당국이 스코칠렌코를 조울증 환자라는 이유를 내세워 관련 치료를 받게 하는 대신 정신병동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잔인한 학대를 계속한다면 공개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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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러시아 국영 방송 뉴스 도중 방송사 직원이 '전쟁 반대'라고 쓴 종이를 들고 등장한 장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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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개전 후 러시아에서는 반전 목소리를 낸 시민들이 처벌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저녁 뉴스 도중 앵커 뒤로 ‘전쟁 반대’(NO WAR)라는 글귀를 들고 등장한 방송국 직원이 체포돼 구금된 바 있다. 그는 “이틀 내내 잠을 못 잤고 14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다. 가족, 친구, 변호사와의 연락도 불가능했다”며 “내 행동은 혼자 결정한 것이고 나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실상에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지냈던 이고르 데니소프(38)는 지난 16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국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데니소프는 “내가 이렇게 전쟁을 비난하면 감옥에 갇히거나 살해당할 수도 있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있다”며 “나는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해 푸틴 앞에 무릎을 꿇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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