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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종인 "대선 승리 후 '약자와의 동행' 슬그머니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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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이 주도하는 공부모임 '미래혁신포럼'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연사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위원장은 강연에서 국민의힘에 '약자와의 동행' 기조를 강화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의 의사에 반응하지 않는 정당에는 희망이 없다"며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할 거라 예견되던 대선에서 왜 0.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국민의힘이 구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볼 때 사람들은 과거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을 연상하기 때문에 '기득권 정당, 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당'으로 여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많은 표를) 득표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제가 내세운 게 약자와의 동행"이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데 최근에 와서 보면 약자와의 동행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슬그머니 없어졌다. 그러니 일반 국민이 역시나 '저 정당은 기득권 정당'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법인세 인하, 부동산세 인하 등 부자 감세 기조를 천명하고,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통해 보수적 노동정책을 발표한 점이 연상됐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가 성장하면 경제인의 세력이 같이 큰다. (경제인 세력이) 같이 크면 그 사람들(경제인)의 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 나오기 매우 힘들다"며 "그러면 국민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저항을 받으면 그 정치집단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와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약자와의 동행'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 셈이다.

프레시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참석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포럼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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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56명 참석…권성동, 이철규 등 '친윤계'는 물론 김기현, 안철수 등 당권 주자도

이날 강연을 주최한 미래혁신포럼은 장 의원이 2020년 7월 출범시킨 의원 연구모임이다. 애초 '민들레'라는 이름으로 친윤 의원 모임을 준비했던 장 의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계파 정치'라는 비판에 부딪친 뒤 미래혁신포럼 활동 재개로 방향을 틀었다.

김 전 위원장을 섭외한 이도 장 의원 본인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의 갈등에 대해 "대통령 돕는 정당 맞느냐"며 이 대표를 겨냥한 비판을 남겼던 장 의원이, 이 대표와 친분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을 자신이 주도하는 포럼의 연사로 초청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총 54명의 의원이 참석해 흡사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배현진 최고위원, 이철규 의원 등 '친윤' 의원은 물론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 나아가 이 대표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는 최재형 혁신위원장도 참석했다. 정점식 의원 최고위원 추천을 고리로 이 대표와 대립하면서 '윤핵관과의 제휴'를 추진한다는 설이 돌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참석했다.

장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포럼 활동 재개 이유에 대해 "2년 전에 만들었던 건데 코로나 때문에 활동을 못했다"며 "국회 후반기 시작하며 다시 포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이날은 장 의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뒤 오랜만에 공개석상 전면에 나선 자리였다. 

'포럼 전 윤석열 대통령과 연락했느냐'는 질문이 취재진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는데, 그는 "의원 모임 하는데 대통령께 그거(연락)를? 그렇잖아요"라며 손을 내저었다.

장 의원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말을 아꼈으나,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 간 갈등에 대해서는 "서로 자중하고 말을 아끼면서 의원들의 집단지성을 높이고 (하면) 이런 것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나"라며 "이제 우리가 집권 여당이 됐다. 조금 더 참고 인내하고 서로 간에 말을 아끼면서 집권여당의 진중함, 무게감 이런 것을 갖고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고 재차 이 대표를 겨냥했다.

안 의원도 이날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저도 언론을 보고 알고 있는데, 당 내부에서의 어떤 파워 싸움이나 헤게모니 다툼은 다 부질없다"며 "국민들 생활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고 경제 성장을 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최근 당 내분 상황을 비판하는 말을 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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