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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구 끝까지, 엄단’ 경찰에 “장애인 이동권 없어 멀리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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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민주당 의원 등 ‘서울경찰청장 면담 요구서’ 전달

“‘지구끝까지’ 발언 사과하라”…정문앞 실랑이도

예산관련 29일 기재부 면담…출근길 시위는 잠정중단


한겨레

27일 아침 7시54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제3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기자회견에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이 발언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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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구 끝까지 쫓아갈 범죄 집단이 아닙니다.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의 용어는 매우 부적절하고, 이것으로 인해 전장연이 감당해야 할 낙인이 심각합니다. 김 청장은 이번 주까지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현하고, 사과의 뜻을 밝히십시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경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적 권리인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장합니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일반 국민의 평온한 출퇴근 시간의 보장도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김원태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27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강민정·김영호·오영환·최혜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전장연,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는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경찰에 청장 면담요구서를 전달했다. 당초 이들은 경내로 들어가 면담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30여분간 경찰과 대치한 끝에 차가 드나드는 정문 앞에서 면담요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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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침 8시7분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내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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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등 장애인단체와 민주당 의원은 27일 아침 7시30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제31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김 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라는 발언으로 전장연을 흉악범처럼 취급하며 지목한 것에 대하여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청장이 면담 자리를 마련해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 청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 등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대해 “국민 발을 묶어서 의사를 관철하게 하는 상황들에 있어서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한 법질서 확립이 시대적 과제”라며 “불법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발언에 나서 “7∼8개 경찰서에서 계속 출두 요구서를 보내고 있는데, 직접 찾아가서 조사를 받겠다. 지구 끝까지 찾아오실 정도로 유류비를 낭비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며 “저희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기획재정부로부터 장애인권리예산을 쟁취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장애인 권리를 가지고 갈라치는 것에 대해서 사과받고, 김 청장이 저희를 흉악범 취급한 데 대해 사과받겠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함께한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외치는데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사법처리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쫓아갈 필요 없이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도망가지 못한다”며 “시민 여러분께 수개월 동안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이 불편은 현장에서 시위하는 분들의 잘못이 아니라 이들의 목소리에 정부와 정치인들이 화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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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침 8시59분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경찰청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 안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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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치고 지하철을 이용해 아침 8시49분 서울경찰청 정문 앞으로 이동한 이들은 책임 있는 사람이 나와 면담요구안을 받아야 한다며 30여분간 경찰과 대치하다 오전 9시11분 김원태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면담요구안을 전달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이러한 행태가) 윤석열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서울청장 발언은 결코 개인의 판단과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 권력에 충성하는 경찰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면담요구안을 받아든 김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면담요청서를 잘 전달해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정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지난 24일 기획재정부가 전장연 포함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오는 29일 오후 4시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전장연은 기획재정부와의 실무 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에 따라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할 예정이었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당분간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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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9시12분께 김원태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전장연 등의 면담요구서를 전달받기 위해 서울청 정문 앞으로 나오고 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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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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